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 8000만대 달성 못해…레이쥔 “스타트업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성장 한계설에 휩싸인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새해 들어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경기둔화 속에서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화웨이 등 자국 경쟁업체가 무섭게 추격해오자 샤오미는 스마트폰은 물론 다른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샤오미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쥔은 지난해 1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꿈꾸지 않은 곳으로 여행할 것”이라고 희망에 찬 어조로 밝혔다. 그러나 레이 쥔에게 지난해는 쓰라린 실패로 기억되게 됐다. 그가 제시한 2015년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1억대였다. 그러나 레이쥔은 다시 지난해 3월 목표를 8000만~1억대로 줄였고 결국 실제 판매는 8000만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산됐다.
샤오미는 지난 2014년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로 등극했다. 당시 스마트폰 판매는 6100만대로, 전년보다 세 배 급증했고 중국인들은 레이 쥔 CEO에 열광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샤오미는 지난 2014년 12월 11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가 460억 달러(약 55조1800억원)로 껑충 뛰었다. 샤오미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우버(51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비상장 스타트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던 일은 어느새 과거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해외업체와의 경쟁은 물론 기술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가품 시장에서도 선전하는 화웨이가 샤오미 지위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둔화와 중국증시의 혼란 속에 모바일 열기를 타고 저가 스마트폰으로 급성장한 샤오미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커널리스의 니콜 펑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의 둔화에 따라 많은 스타트업이 확장 전략에 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사 대비 약한 하드웨어 기술력이 샤오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10’ 초기 버전에 발열 문제가 발생하면서 샤오미의 가장 고가폰인 2299위안의 ‘미 노트’ 판매가 타격을 받았다. 삼성과 화웨이는 자체 제작 프로세서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샤오미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샤오미는 스마트폰에 치중하는 대신 ‘스마트홈’ 관련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금까지 56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는 개인이동수단의 상징인 세그웨이를 품에 안은 나인봇,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메이디그룹(美的, Midea Group)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