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슈퍼노멀의 한 코드인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 놈 코어(Normcore‧Normal과 Hardcore합성어)가 유행하듯 대중문화도 슈퍼노멀 코드 트렌드가 강타하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 일상적이지만 비범한 가치와 감동을 주는 슈퍼노멀 트렌드를 반영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늘 우리와 함께 했거나 주위에 있는 사람이나 대상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광고 등 대중문화 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980년대 복고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줬다.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응답하라 1988’은 이들을 통해 진정한 가족 사랑과 따뜻한 이웃의 정, 그리고 소중한 공동체 의식을 사람 냄새 나게 전달해 호응을 얻었다. MBC 주말극 ‘엄마’와 KBS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 역시 슈퍼노멀 코드의 인물을 다룬 드라마다. ‘엄마’와 ‘부탁해요, 엄마’는 바로 집에서 늘 만나는 어머니의 일상과 고단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 자식들의 버팀목이 되고 인생의 힘이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드라마는 일상에서 늘 보기에 망각하고 사는 어머니의 너무나 특별한 존재의미를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요즘 수많은 사람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는 쿡방(요리을 뜻하는 Cook과 방송의 합성어)프로그램 역시 슈퍼노멀 코드를 잘 활용한 콘텐츠다. 엄청난 레시피도 아니고 유명 셰프의 화려한 요리도 아닌 김치, 된장찌개, 김치찌개, 닭갈비, 돼지 불고기, 강된장, 김밥, 나물, 꽁치조림, 생선구이 등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평범한 집 밥과 음식을 소재로 한 tvN ‘집밥 백 선생’, SBS‘생방송 투데이-엄마의 밥상’, KBS ‘한국인의 밥상’, 올리브TV ‘비법’등이 단연 인기다. 이들 프로그램은 늘 접하는 집 밥의 우수성과 특별한 가치를 전달한다. ‘집밥 백 선생’같은 집 밥을 소재로 한 쿡방은 1인 가구의 증가,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가족이 모여 요리를 하고 함께 식사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 요리와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의 정을 쌓았던 것에 대한 의미도 소환시켜주고 있다.
일반인이지만 최고의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MBC ‘능력자들’과 평범한 내 이웃이지만 최고의 기량과 기예를 선보이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SBS ‘스타킹’역시 슈퍼노멀 코드를 배치한 프로그램들이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집단지성이 활성화한 요즘 일반인이지만 특정 분야의 엄청난 지식과 심도 있는 정보를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능력자들’과 어린이에서부터 노년층까지 일반인들이 노래, 연주, 다이어트, 모창 등 여러 가지 묘기에 도전하고 뛰어남을 보여주는 ‘스타킹’은 수많은 일반인에게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도전의 진정한 가치를 부여한다.
1000만 명의 눈시울을 적신 광고가 있다. 바로 KB금융의 아버지를 컨셉으로 내세운 CF다. “미안하다, 참.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못 가르치고…”모든 것을 자식 위해 희생하고도 잘 해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는 우리네 보통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KB금융의 CF는 슈퍼노멀 트렌드를 가장 가장 잘 살린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정말 저의 아버지가 광고 속 아버지 모습과 똑같은데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전화 한번 해야겠어요.”KB 금융 CF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처럼 대중문화에 슈퍼노멀의 코드가 득세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슈퍼 노멀 코드를 활용한 대중문화가 너무 평범해서, 너무 일상적이어서 평소 가치를 몰랐던 인물과 사물, 현상에 대한 특별함과 소중함의 발견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노멀 코드가 새롭고 화려하고 특별함만을 쫓는 세태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과 평범함의 진정한 의미와 아버지, 어머니, 이웃 등 늘 만나 몰랐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퍼노멀 코드를 전면에 배치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평범함은 비범함을, 보통은 특별함을, 일상적인 것은 특수한 것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