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7일) 서울의 한 주유소 가격판입니다. 휘발유 1ℓ 가격이 1340원이라네요. 지하철 기본요금(1250원)과 90원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강원도 횡성의 한 주유소에선 11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네요. 저처럼 ‘BMW(BusㆍMetroㆍWalk)’로 출퇴근하는 미생들에게는 배 아픈 소식입니다.
“날씨도 추운데 차 끌고 다니는 게 낫겠다.”
지금도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데, 앞으로 기름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됐기 때문인데요. 이슬람 혁명 이후 37년간 꽉 닫혀있던 이란의 ‘오일창고’가 활짝 열렸다고 보면 됩니다.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은 하루에 최대 10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일일 사용량(약 200만 배럴)의 절반에 달합니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가죠. 예상대로 국제유가가 휘청였습니다. 지난 주말(16일) 3대 유종(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ㆍ영국 북해산 브렌트유ㆍ중동산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이 모두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요. 10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배럴당 1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소식을 접한 ‘BMW족’은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아침 출근길 불편함을 견디며 대중교통을 고집했던 건 기름값 때문이었습니다. 교통체증도 없고, 틈새잠을 즐길 수 있다는 ‘BMW’만의 매력도 지옥철, 만원버스의 고통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죠. 매일 아침 8시에 9호선(혼잡도 233%)을 타는 미생들은 얄팍한 주머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습니다.
“휘발유값 어디까지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유가가 10달러대까지 급락해도 1200원 아래로 떨어지긴 힘듭니다. 세금 때문입니다. 휘발유 1ℓ 값에는 원유 관세 이외에도 교통에너지 환경세(교통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6가지 세금이 붙습니다.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 교통세입니다. 이 돈은 529원으로 정액입니다. 휘발유값이 내려가더라도 세금은 그대로죠. 여기에 138원 주행세(교통세 26%)와 79원 교육세(교통세의 15%)가 더 붙습니다. 관세(수입가격×3%)와 부가가치세(거래가격×10%)도 내야 하죠. 이 돈을 다 합치면 900원 정도 됩니다. 1300원 휘발유값의 70%가 세금인 셈입니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가 국제유가 20달러를 가정해 휘발유값을 시뮬레이션해봤는데요. 1ℓ당 1200원이 나왔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로 떨어져도 국내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0원이 넘는 휘발유값을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유류세’를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새벽 출근길 동장군과 싸워야 하는 요즘은 ‘BMW족 탈출’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저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고이 모셔 둔 ‘애마’의 연비가 리터당 12km고,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정확히 9km이니 차를 끌고 다니는 게 더 이득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 차 위에 뽀얗게 앉은 먼지 좀 털어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