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는 지난 2011년 1월 22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1970년 문단에 데뷔해 40년간 한국 문학을 빛냈던 박완서 작가가 하늘로 떠난 지 5년이 지났다.
1970년 박완서 작가는 단편소설 ‘나목’으로 등단한 이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살림을 하다 가족도 모르게 집필을 시작한 박완서 작가는 ‘세모’, ‘부처님 근처’, ‘엄마의 말뚝’ 등 6.25 전쟁을 겪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산문 형식의 소설로 풀어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을 서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우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이후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을 통해 여성인권 문제로 눈을 돌렸다.
그는 1988년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내고 심적 변화를 겪었다. 가톨릭으로 개종한 박완서는 그때의 일기를 묶어 ‘한 말씀만 하소서’를 펴내기도 했다. 스스로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썼다”고 밝힌 1992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그가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처음 자리잡은 서대문구 현저동을 배경으로 10~20대에 겪은 일제 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 등 현실과 소설을 넘나들며 민족적 비극을 되돌아 봤다. 이후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품도 써내려갔다.
생전 마지막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는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이 드러났다. 그는 “흙과 씨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적이 많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고 표현했다.
2011년 조촐한 가족장으로 진행된 그의 장례식장에는 100여명의 문학계 인사가 자리를 지켰다. 정호승 시인은 조시 ‘선생님 ‘나목’으로 서 계시지 말고 돌아오소서’에서 “저랑 봄날 햇살 아래 점심 드시기로 한 약속 잊으셨습니까”라며 “이 눈 그치면 시장 보고 오신 듯 돌아오세요”라고 작가를 그리워했다.
비록 박완서 작가는 부드럽고 따숩게 씨를 품은 흙 속으로 돌아갔지만, 그를 기리는 작품은 이어졌다. 2012년에는 그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가 출간됐고, 2013년에는 김윤식 문학평론가가 ‘내가 읽은 박완서’를 펴내며 ‘박완서 문학 지도’를 완성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수필가가 출간 작업에 참가한 산문집 7권이 새롭게 출간돼 독자의 가슴을 울렸다.
구리시는 매년 박완서 작가를 그리는 공연을 준비해왔다. 올해는 오는 27일 구리아트홀에서 박완서 작가 5주기 추모 공연을 연다. 1998년부터 2011년 세상을 뜰 때까지 구리 아차산 동쪽 골짜기의 아치울 마을에서 살았던 작가를 기리기 위한 공연으로, 올해가 5회째다. 1부에서는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티타임의 모녀’가 낭독된다. 파출부로 살아온 엄마와 갑자기 신분이 상승한 딸 사이의 감정교차를 그린 내용이다. 2부에서는 첼리스트와 남성중창단 ‘이로스 앙상블’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