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지침 최종안이 나왔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지침을 시달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정년 60세 제도의 안착과 직무ㆍ성과 중심으로의 노동시장 변화를 위해 양대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쉬운 해고’만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노정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 등 양대 지침을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장관은 회견에서 “청년일자리, 일자리 시장 이중구조 해소, 중소기업ㆍ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도모하고자 1년 넘게 준비해 온 노동개혁 실천을 위한 공정인사ㆍ취업규칙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대지침 최종안은 업무성과 부진을 이유로 한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는 수준으로 지난달 30일 공개한 지침 초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가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공정인사 지침에서는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일반해고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에만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경우에도 해고가 정당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또 노동조합,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해 평가기준을 마련, 실행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 훈련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배치전환 등으로 재도전 기회를 주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 변화가 없는 경우 불가피하게 해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인 ‘취업규칙’의 경우 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취업규칙 지침에서는 합리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토록 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 장관은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통상해고 대상이 될 수 없고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성실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아 임금개편을 진행할 것”이라며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 삭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이달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열어 이번 지침을 시달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다. 또 공정한 평가시스템 구축을 위해 ‘임금직무혁신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평가모델을 개발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보급하고 지역별로 노사 전문가와 지방관서가 참여하는 서포터스도 구성, 지원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법률적 근거도 없이 현장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한층 심화시키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악시키는 정부의 2가지 지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노동개악이나 다름없는 양대 지침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소송투쟁, 총선투쟁 등 다양한 투쟁 방식을 동원해 양대 지침을 무력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양대 지침의 시행을 둘러싼 노정관계 악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