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GDP 3분의 1 ‘500조’…독립운용이 효율적”

입력 2016-01-25 11:20수정 2016-01-25 15:1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홍완선 국민연금 CIO“연금, 임대주택ㆍ자원개발에 투자 신중 검토해야”… 규모 커질수록 독립 시급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1일 오후 논현동 국민연금강남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자본시장의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 ‘바오치’(保七, 7% 성장률을 지킨다) 시대의 종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과 같은 가늠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등장했다. 혹한은 국내를 덮었다. 증시는 급락했고 투자자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에 떨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증시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기업 지배구조, 국민 노후 등 돈을 셈하는 거의 전 분야에서 국민연금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2014년 1485조원) 규모보다 늘어날 국민연금 기금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를 듣고자 500조원의 자금 운용을 책임진 홍완선(60)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ㆍCIO)을 지난 22일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국민연금 강남사옥에서 진행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2022년에는 100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 이런 규모는 시장의 돈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립금의 파괴력과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렇게 연금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이 정치적으로 좌나 우로 편향되면 이 자금의 성격도 변할 수 있다. 왼쪽으로 기울면 연금 사회주의가 나올 수 있다. 국민연금을 통해 모든 기업을 지배하자는 논리다.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도 연금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금본부가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근거는 무엇인가.

= 정부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연금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은 어느 정권이나 있다. 정부는 연금으로 채권을 소화하거나 자원개발 투자, 임대주택 사업에 유인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연금을 활용하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사회적 요구로부터의 독립이 있다. 사회책임지수(ESG)와 같은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 지표를 지키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그러나 이외에 자연보호, 노조활동 보장, ‘죄악주(Sin Stocks)와 관련된 술ㆍ담배 제조사에 대한 투자 여부 등 다양한 요구를 모두 투자에 반영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찬성하는 것인가.

=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회에서 정할 사안이라 말을 아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공사화 자체를 떠나 기금운용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금은 공공성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덕목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을 중시하는 금융기관과 문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총소리가 나면 이게 총소리인지 바로 알아채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총소리인지 뭔 소리인지 고민하면 이미 늦다.

이런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공무원 조직과 맞지 않다. 글로벌 연기금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공공성을 전제로 효율성을 높이는 체제로 가야 한다.

△국민연금 조직과 관련된 얘기인데, 최근에 전문인력이 해외업체로 스카우트됐다고 들었다.

= 해외투자는 앞으로 더 늘려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런데 국내에는 해외 대체나 증권투자 부문의 전문인력 층이 굉장히 얇다. 이 때문에 중요한 인력은 스카우트의 표적이 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국민연금 진출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연금에서 나간 뒤 제약 사항이 많으면 처음부터 이곳에 오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연금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기관으로 옮기면 해당기관과 연금은 6개월간 거래가 금지된다. 또 2년간은 특별결의를 통해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이런 장벽들을 일부분 완화해야 전문인력이 들어오고 나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를테면, 연금에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역량을 쌓고 금전적 보상은 시장에 돌아간 뒤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연말 전주로 이전해도 많은 인력이 유출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 얘기를 해보자. 주식, 채권 이외에 대체투자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국내외 채권의 기대 수익률은 낮다. 저금리 아닌가. 채권 비중 자체를 글로벌 시장에서 줄일 수밖에 없다. 주식도 앞으로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통 투자 영역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이를 제외한 대체투자 부문에 눈을 돌려야 한다.

△어떤 부문의 성장 잠재력이 큰가?

=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이다. 부동산은 어느 정도 오른 상태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기회가 없지는 않다.

인프라는 인도,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이머징 국가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영국 등 선진국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이머징 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많은데 이곳에 투자할 때는 정치ㆍ사회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PE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투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진다. 기업이 매각되고 다시 팔리는 과정에서 투자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중국도 앞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일어날 수 있다. PE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얘기가 나왔는데, 중국 증시의 향방은 어떻게 보는가

= 인위적인 부양은 결국 한계가 올 거다. 기업의 수익이 증가 추세로 돌아서면서 펀더멘탈이 보완돼야 증시도 회복될 수 있다.

연금 입장에서는 중국 투자 비중은 높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전 세계 경제ㆍ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니깐 이 부문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연금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맞서기보다는 시장의 추세에 따라 투자 비중이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진단해달라

=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를 전망하는 것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 연금이 시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것은 맞다. 연금이 증시 하락을 막으려고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하락폭이 크면 투자 기회로 보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