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가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오뚜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한국야쿠르트가 낸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판결이 확정되면 두 회사에 대한 합계 160억원의 과징금이 취소된다.
이번 판결은 지난 12월 농심에 대한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013년 3월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4개 업체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130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심은 1080억원, 오뚜기는 98억원, 한국야쿠루트는 62억원을 부과받았고, 삼양식품은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농심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가격을 담합할 필요가 없었다”며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은 업체 간 정보교환을 통해 라면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린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보교환 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담합이라고 단정지을 것은 아니라고 봤다. "1980년대를 포함해 2001년 이전에도 선두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그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따라간 것으로 보이고, 이는 라면 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라면 제조회사들의 가격조정이 담합이 아니라는 이번 대법원 결론은 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7월 미국 마켓 운영자들은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캐나다에서도 최근 역시 마켓 운영자들이 브리티시 컬럼비아 고등법원에 농심을 상대로 라면 가격 담합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