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1989년에 첫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후 이 시장에서 MS가 쌓은 철옹성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2000년대 말부터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나 MS 오피스의 점유율은 현재도 95.5%에 이른다. 경제사에서 한 기업이 30년 가까이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MS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인 한글과컴퓨터가 도전장을 냈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27일 4년간 준비한 ‘한컴오피스 네오(NEO)’를 세계 시장에 출시, MS에 정면 대결을 신청했다. 2010년 한컴을 인수한 후 줄곧 공식 석상에 나서길 꺼렸던 김 회장은 제품 출시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적극 홍보에 나서 이목이 쏠렸다.
김 회장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지만 네오가 MS 오피스보다 제품력이 앞선다고 자신한다”며 “네오로 세계 SW 시장에서 신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MS와 완벽 호환” = 네오는 워드프로세서인 ‘한글’, 스프레드시트인 ‘한셀’, 프레젠테이션인 ‘한쇼’로 구성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한글 패키지의 글로벌 버전인 셈이다.
네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김 회장의 첫 작품에 걸맞게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우선 오피스 절대 강자 워드와 완벽 호환된다. 한컴에 따르면 MS 오피스의 총 1500여개 기능은 네오와 90% 정도 호환되며, 일반인이 쓰는 기능(30~40%) 기준으로는 호환율이 97~98%에 이른다. 네오로는 또 PDF 파일도 편집할 수 있다.
네오는 개인용은 4만5000원, 기업용은 37만8600원(부가세 별도)이다. 각각 MS 오피스 가격의 약 25%, 70%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즉 MS 대신 네오를 사면 더 적은 돈으로도 MS의 기능과 네오가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네오는 모바일, 웹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네오 출시로 한컴은 클라우드 기반에서 PC뿐 아니라 모바일-웹을 아우르는 풀 오피스를 공급하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10개 국어 번역 기능으로 차별화…“구글 능가” = 네오의 차별화되는 장점으로는 번역 기능이 꼽힌다. 네오는 한국어ㆍ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러시아어ㆍ스페인어ㆍ포르투갈어 등 10개 국어에 대한 기계 번역 기능을 갖췄다. 신소우 한컴인터프리의 대표는 “세계 1위 기계번역 솔루션 기업인 시스트란 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 한컴인터프리를 설립하는 등 네오의 다국어 번역 기능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네오는 구글, MS보다 월등히 우월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네오는 클릭 한 번이면 텍스트는 물론 표, 그래픽 등까지 포함한 문서 전체를 번역할 수 있다. 반면 구글, MS의 번역 기능은 대상이 텍스트로만 한정됐다고 한컴은 전했다.
◇“202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5%…매출 1조4000억원” = SW 산업은 시장이 크고, 추가 투자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어 네오를 통해 실속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 0.4%에서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매출이 연 1조4000억원, 순이익이 1조2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MS 오피스에 경계감이 있는 국가를 우선적으로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남미ㆍ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중동 등 7개 지역이 그 대상이다. 동시에 해외 유명 통신 및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신규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가기로 했다.
한컴은 또 그룹사뿐 아니라 국내 SW기업들과 ‘SW 종합상사’를 구성해 세계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한컴의 세계적 기술력과 차별화된 시장 전략은 오랜 세월 동안 정체한 세계 오피스 SW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