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환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극약 처방을 했다.
마이너스 폭이 작으면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일본에서는 전례없는 초유의 일이어서 일본은행이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날 일본은행은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0.1%에서 -0.1%로 낮아졌다. 일본은행은 저유가와 중국 경제 둔화로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지면서 일본 경기와 물가 하락 우려가 커져 추가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이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함으로써 2013년 4월에 시작된 양적·질적 완화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이너스 금리는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서 중앙은행에서 이자를 받았던 것과 반대로 중앙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돈을 빌린 사람이 빌려준 사람에게 돈을 내야 하지만 역으로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린 사람에게 돈을 내야 하는 이치다.
이같은 구조가 시중에 퍼지면 우선 긍정적인 건, 빚을 지는 사람으로하여금 설비투자나 주택 구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 재정도 편해진다. 개인소비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차이를 노린 투기 세력에 의한 엔 매도가 늘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단점은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본업인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융자처에 이자를 내는 한편 예금금리를 그 이상으로 낮추지 못하면 역마진이 생긴다. 투자 자금에 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민간 금융기관이 국채를 팔고 그 매각 대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효과를 희석시켜 결과적으로 본원 통화(자금 공급량) 확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본원 통화는 미국이 2014년 8월 4조700억 달러, 중국은 2015년 3월 4조5000억 달러를 정점으로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미국 유럽에서 전월 대비 0.7% 감소한 12조8500억 달러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신문은 유동성 감소가 연초 이후 시장 혼란의 원인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자칫 리스크 오프를 가속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처가 줄어들면 은행 예금이 장롱 예금으로 돌아서 결과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금리를 계기로 개인들이 예금 편중에서 주식 투자로 방향을 틀면 해외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일본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주역인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했다. 신문은 마이너스 금리는 개인 금융자산 1700조 엔이 투자로 향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반면 시장과 경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극약처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