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이변의 이변 끝에, 접전의 접전 끝에 마무리됐다.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이번 코커스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박빙의 승부와 이변이 연출하면서 향후 대선 레이스 향방이 가늠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가장 큰 이변은 공화당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승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은 개표결과 27.7% 득표율을 얻어 ‘아웃사이더’돌풍을 일으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24.3%)를 앞질렀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유롭게 제쳐왔다. 하지만, 결전의 날 뚜껑을 열어보니 승리는 트럼프가 아닌 크루즈 의원에 돌아갔다.
이날 개표 결과 후 크루즈 의원은 자신의 승리가 “풀뿌리 지지자들의 승리고, 아이오와 주와 전국에 용기있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결과는 주요 미디어나 워싱턴 기득권 세력, 로비단체가 대선 후보를 선택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크루즈 의원이 아이오와 승리의 여세를 몰아 9일 치뤄지는 뉴햄프셔 오픈 프라이머리를 비롯해 나머지 경선에서도 승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위를 기록한 부동산 재벌 트럼프 후보는 재빠르게 결과를 인정했다. 그는 “명예롭게 생각한다”면서 “지난 6월 처음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이 내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0위 안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강세를 보인 뉴햄프셔주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코커스 결과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초박빙이었다. 앤디 맥과이어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은 이튿날인 2일 새벽 3시가 돼서야 클린턴 전 장관의 승리를 공식 확인했다. 맥과이어 의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밤 나온 결과는 아이오와주 민주당 코커스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득표율 격차는 1%도 나지 않았다. 두 후보는 코커스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으며 코커스 결과에서도 초접전을 벌였다.
이날 개표 99% 결과 클린턴이 49.9%, 샌더스는 49.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표차는 불과 5표였다. 앞서 상대 진영인 공화당에서 일찌감치 크루즈 의원의 승리가 결정됐지만, 민주당은 개표율이 90%가 넘어서도록 ‘승패를 가리기 힘든(too close to call)’득표 차에 결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었다. 개표율이 약 95%가 넘어선 뒤 간발의 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한 클린턴 장관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샌더스 의원은 “사실상 동률(virtual tie)”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기성 정치권과 기성 경제(제도), 그리고 기성 언론에 아이오와 주민들이 매우 의미깊은 메시지를 던졌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커스 결과가 클린턴에는 상처뿐인 승리를, 샌더스에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결과가 힐러리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샌더스가 앞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힐러리에는 앞으로 평탄치 않은 대선 레이스가 될 것임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날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양당 후보들의 사퇴도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공화당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경선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두 후보는 모두 1% 안팎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아이오와주는 인구 310만명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이 열린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미국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앞으로 미 대선은 6월까지 각 주에서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진행되며, 7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가 확정된다. 이후 11월 8일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