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보광’의 백기사 홍석조 회장, 적자 골프장 품는다… “주주가치 걱정말라”

입력 2016-02-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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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자ㆍ자본잠식 보광이천 무상감자 후 1301억 유증 참여, “계열사 지원으로 볼 수 있어”

홍석조<사진> BGF리테일 회장이 동생인 홍석규 회장이 운영하는 보광그룹을 돕기 위해 결국 '백기사'로 나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는 적자 골프장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셈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그룹 계열사인 ㈜보광이 보유하고 있는 보광이천을 완전감자 후 유상증자 참여방식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보광이천은 경기도 이천의 골프장 휘닉스스프링스을 운영하는 업체다.

보광이천은 같은날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기존 주식 완전 무상감자 안건을 총주주의 동의로 승인했다. BGF리테일은 보광이천의 완전 무상감자 결의 이후 1301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 중 주식으로 전환되는 자사회원보증금을 제외한 실질적인 유상증자 금액은 1280억원이다. BGF리테일은 보광이천 지분 85.2%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기존 주주에게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구주 완전감자 후 유상증자 참여방식이므로 구주주에게 인수대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인수대금은 모두 보광이천의 자본확충에 쓰이는 것이다.

BGF리테일의 CFO인 이건준 부사장은 "이번에 인수한 휘닉스스프링스는 대한민국에서 고속도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명문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장부상 토지가치만 15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휘닉스스프링스가 완전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도 인수 첫해 흑자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인수검토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 지원에 대한 의혹을 경계했다.

이 부사장은 "완전감자 및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퍼블릭 전환 추진으로 사업성을 강화해 조기에 독자적인 수익개선과 인수 첫해 흑자경영을 이뤄 주주가치 극대화를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계열사 지원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짙다. 보광이천은 보광그룹의 계열사인 보광과 휘닉스개발투자가 총 지분 64.52%를 보유한 곳이다. BGF리테일은 보광이천의 지분 4.2%를 갖고 있다. 보광이천은 지난 2014년 매출 170억원에 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해 자본잠식 상태다. 더욱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는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도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동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방법이 ㈜보광에 자금이 직접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고 해도, 적자 기업을 사줬다는 것은 지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는 계열사 부실기업 인수건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BGF리테일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조기에 독자적인 수익개선과 인수 첫해 흑자경영을 이뤄 주주가치 극대화를 실천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광그룹은 창업자인 고(故)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사남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홍석조 회장은 차남이다. 보광의 지분구조는 홍석규 회장이 28.7%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차남 홍석조 회장, 삼남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막내 홍라영 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각각 23.75%를 보유 중이다.

보광그룹은 최근 몇 년간 실적악화로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핵심 기업인 보광의 201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716%.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의 실적을 더한 연결영업이익도 8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광이천은 적잖은 부담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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