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언제든 가능하게 깜빡이 켰다, 글로벌 급변장+자금유출+가계부채확대 진정이 관건
하성근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비둘기파이긴 하지만 평상시 그의 경제지론에 비춰보면 이번 인하 의견은 어색한 면이 많다. 결국 하 위원이 소위 총대를 멧을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원중 최선임인데다 가장 비둘기파라는 점에 비춰보면 그가 한은 금리인하를 위한 시그널과 포석을 깔기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 하성근 인하주장, 평소 경제지론과 부조화
우선 그는 환율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다. 그런 때문인지 그가 보여온 인하주장 행보를 보면 환율경로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논리가 많았다.
실제 그가 첫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2013년 1월을 보면 그는 “최근의 가파른 원화절상 추이 등은 우리의 수출신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금통위가 있었던 1월11일자 원/달러 환율은 1054.7원(종가기준)을 기록하며 2011년 8월2일(1050.8원) 이후 1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었다.
반면 현재 원/달러는 1220원선에 육박하며 5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이달들어 그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채권시장에서까지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원/달러 상승을 동반했다는 점도 하 위원이 모를리 없다.
그는 또 그간의 인하 주장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최소한 글로벌 완화기조를 뒤따라가기라도 하자”는 지론을 펴왔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역풍을 맞고 있는 중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3월이 돼봐야 가시화될 예정이다. 일국의 개별 중앙은행이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달말 주요국 20개국(G20) 회의에서 정책공조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때다.
이밖에도 하 위원의 임기는 오는 4월 하순까지다. 결국 그에게는 두 번의 금리결정이 남은 상황이다. 반면 그가 소수의견을 개진했던 2013년 1월 및 지난해 4월과 실제 인하까지는 각각 넉달과 두달이 걸렸다. 이를 단순평균하면 평균 석달이 걸린 셈이다. 하 위원의 이번 주장이 실제 인하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미 금리인상도 지연..열어놓은 인하 가능성
한은으로 하여금 추가 인하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부담요인들이 줄고 있다. 그간 내외금리차 축소와 이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그리고 1100조원을 넘고 있는 가계부채문제가 걸림돌이었다. 또 대내외 금융시장의 급변동 역시 판단을 어렵게 했다.
우선 통방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을 ‘주요국의 통화정책’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도 “한달여 사이에 시장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고려해야 될 대상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미 연준 금리인상 행보가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은은 그간 미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내외금리차 축소로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해 크게 경계해 왔었다. 다만 최근 외국인 자금유출이 채권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자금유출에 우리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버틸수 있는지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하다. 기존 통방에서도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밝혀, 전월과 변화가 없었다. 다만 이 총재 언급에서 긴장감을 찾긴 쉽지 않다. 그는 “정부의 억제책도 있고 주택경기에 대한 둔화 우려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작년보다는 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언제 얼마나 줄지도 관심사다. 이 총재는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을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뒤집어 보면 변동성이 잦아들 경우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뜻한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