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돈을 지켜드립니다, 마짬버거 후기

입력 2016-02-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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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데 특별한 일은 없고, 야근할 예감이 낭낭한 오늘. 기어박스 식구들은 오전 11시부터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오늘 막 출시된 따끈따끈한 ‘마짬버거’를 먹기 위해서죠.

식사 시간 전이라 한적한 롯데리아 종각점.

매장 입구에서부터 강렬하게 마짬버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아, 참고로 마짬버거는 ‘마성의 짬뽕 버거’의 준말입니다. 뭐라더라, 정통 중화풍 매운 짬뽕 맛을 구현했다던가? 햄버거 빵 대신에 짬뽕 면을 사용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롯데리아는 원래 실험정신 가득한 메뉴로 유명하죠. 1999년에 출시했던 ‘라이스버거’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전 꽤나 좋아했는데, 제 친구들은 다 싫어하더라구요. 작년에는 ‘라면버거’를 출시하며 많은 욕을 먹었죠.

카운터에도 온통 마짬버거 포스터가 가득합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어요, 재밌자고 먹는 거잖아요?

참고로 마짬버거의 출시일인 2월 19일(오늘) 단 하루만 정오부터 선착순 100명에게 버거를 500원에 판매한다고 하네요. 전쟁같은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린 11시에 미리 찾아왔어요. 물론, 여러분에게 누구보다 빨리 마짬버거의 맛을 알려드리려는 마음도 있지요.

취재(?)를 위해서 왔지만 마짬버거만 먹으면 심심하겠죠? 장안의 화제였던 모짜렐라 인 더 버거 더블과 마짬버거, 기타 등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마짬 쿠폰북팩’을 주문했습니다.

마짬 쿠폰북팩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음?

왼쪽에 있는 모짜렐라 인 더 버거 올리브에 비해 오른쪽에 있는 마짬버거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습니다. 주니어 버거인가? 장난하나? 참고로 버거 단품의 가격은 각각 5500원, 4500원. 1000원의 차이가 크기로 다가오는 건가요. 기분이 나쁘지만 일단 먹어 봅시다.

일단 옷을 벗기고… 버거 뚜껑(?)을 보는데 기분이 이상합니다. 비주얼이 뭔가 수상해요. 어제 먹다 남긴 볶음 라면이 떡진 상태로 엉겨있는 모습이랄까요?

내용물은 나름대로 구색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제법 통통한 패티가 잘 튀겨진 채로 짬뽕 사이에 자리하고 있고, 어설프게 썰어 넣은 양배추가 마치 건강식인 척 영양소를 더하는 모습입니다. 빨간 소스도 위아래로 잔뜩 묻어있네요.

자, 경건한 마음으로 썰어보았습니다. 손에 닿는 느낌이 좋지 않았어요. 눅진한 면발이 엉겨 붙어 있습니다. 썰기 무섭게 소스와 양배추가 쏟아집니다. 안되겠어요. 바로 시식하겠습니다. 오물오물. 오물오물.

“…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각역 롯데리아에 둘러앉아 마짬버거를 시식한 기어박스 식구들이 하나같이 말을 잇지 못합니다. 결론내겠습니다. 어지간하면 먹지 마세요, 여러분. 일단 떡진 면발을 뭉쳐 만든 빵(?) 부분의 식감은 형편없습니다. 짬뽕이라기보다는 라면에 가깝네요. 게다가 소스에서 강렬한 라면 스프 맛이 느껴져요. 입에 들어가는 첫맛부터 끝맛까지 MSG 가득한 라면 스프향이 입안을 지배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사이에 들어있는 패티는 너무나 조잡한 맛이 나요. 엉엉. 어릴 적에 동네 분식점에서 먹던 피카츄 모양의 비둘기 튀김(저희 동네에선 이렇게 불렀습니다)과 비슷한 맛도 나고, 누군가는 용가리 치킨 너겟 맛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면발과 패티의 조화도 형편 없어요. 만나면 안되는 아이들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너무 매워서 다 먹고 나면 입술이 따갑네요. 먹지 마세요. 50만개 한정 판매라고 하니, 다른 50만명에게 양보하세요.

입가심을 위해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뜯었습니다. 마짬버거보다는 확실히 자태가 곱네요. 우리는 올리브가 들어간 버전(?)을 주문했어요. 원래 모짜렐라 인 더 버거는 따로 소스가 없어서 싱겁고 느끼하기로 소문났는데, 올리브를 추가하면 소스도 같이 따라옵니다.

정말 그렇게 잘 늘어나나 싶어서 제가 직접 해봤습니다. 으음? 치즈에 무슨 짓을 했는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동료들이 수치스러운 인증샷을 잔뜩 찍어주더군요. 저의 소셜 포지션을 고려해서 다른 사진은 공개하지 않겠어요. 어쨌든 이건 맛있습니다. 진한 치즈맛과 올리브, 달콤한 소스의 조화가 매력적이에요. 약간 느끼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사진에서는 소스가 잘 안보이는데 밑에 깔려있습니다. 모짜렐라 치즈는 언제 먹어도 사랑이네요.

시식이 모두 끝나고 나니 다들 배는 부른데 속이 허하다며, 새우버거와 한우 불고기 버거를 추가로 사 옵니다. 양념감자도 사 왔네요. 그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와구와구 먹어봅시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며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에요.

오늘의 결론은 이래요. 역시 롯데리아의 진리는 새우버거다. 마짬버거는 “마땅히 내놓을 아이디어는 없는데 짬뽕이 유행이니 한번 해보자”의 준말이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일상이 지루하다면 한번 먹어봐도 괜찮겠어요. 그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식사 맛있게 하세요. 짬뽕이 먹고 싶으시면 롯데리아 말고 홍콩반점 가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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