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앵무새 죽이기’ 저자 하퍼 리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앨라바마 주 먼로빌의 자택에서 향년 89세로 숨졌다.
이날 뉴욕타임스와 NBC뉴스 등에 따르면 하퍼 리는 자택에서 잠자던 중 숨을 거뒀다. 하퍼 리는 1926년 4월 28일 먼로빌에서 변호사였던 아버지 콜만 리와 어머니 프랜시스 리 사이에서 4남매의 막내 딸로 태어났다. 앨라바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하퍼 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1949년 뉴욕으로 이주해 이스턴 항공사와 브리티시 오버시스 에어웨이 항공사에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하퍼 리는 친구들의 재정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7년 에세이 2편과 단편소설 3편을 들고 J.B.리핀코트 출판사 편집장을 찾아갔고, 편집장은 단편소설 1편을 장편소설로 바꾸라고 권유했다. 이듬해 ‘파수꾼’원고를 편집장에게 보냈지만 다시 고쳐쓰길 권유받은 하퍼 리는 1959년 원고를 다듬어 ‘앵무새 죽이기’를 완성했다.
백인여자를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고 고발당한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이듬해에는 하퍼 리에게 퓰리쳐상의 영예를 안겼다.
하퍼 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대중 앞에 서는 것을 꺼려해 주로 은둔 생활을 해왔다. 또한 다음 작품에 대한 관심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의 두 번째 작품이 나오기까지 55년이 걸렸다.
지난해 출간된 하퍼 리의 두 번째 작품 ‘파수꾼’ 역시 발간 후 미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인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하퍼 리는 20일(현지시각) 가까운 친지와 가족만이 입회한 채 고향 먼로빌의 한 작은 교회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안장되었다.
하퍼 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팀 쿡 애플 CEO는 트위터에 “하퍼 리, 편히 잠드소서. 다수의 힘으로도 강요할 수 없는 단 하나는 바로 사람의 양심”이라며 ‘앵무새 죽이기’의 문구를 인용해 적었다.
또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문학계의 거장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존경을 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