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테러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경제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이 법은 경제 살리기와도 연결돼 있다. (테러 위협) 신호가 지금 우리에게 오고 있는데, 그걸 가로막으면 어쩌자는 거냐.” <박근혜 대통령, 2월 24일 국민 경제자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4일) 국민 경제자문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성장을 꾀하려면 테러방지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하소연(?)이죠. 테러방지법 입법 저지를 위해 어제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겁니다.
“테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까?”
기사를 접하고 이런 생각 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와 테러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지난 2001년 발생한 ‘9ㆍ11 사태’ 기억하십니까? 당시 이슬람 테러범들이 폭파한 세계무역센터 건물 가치는 11억 달러(약 1조3500억원)였습니다. 테러단체 응징을 위해 400억 달러(약 49조3700억원)가 긴급 투입됐고요. 재난극복 명목으로 111억 달러(약 13조7000억원)의 연방 원조가 편성됐습니다. 보이는 돈만 이 정도입니다.
보이지 않는 돈은 더 많죠. ‘9ㆍ11 사태’ 이후 일주일간 미국 다우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고, 엔화 대비 달러화는 3.9% 절하됐습니다. 테러 쇼크를 받은 금융시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각각 40일, 23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산업계도 마찬가지인데요. 관광산업이 ‘총알받이’가 됩니다. 지난해 세밑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파리테러가 대표적이죠. 프랑스는 한해 1600만명의 여행객이 찾는 관광대국입니다.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한해 170억 달러(약 20조 9800억원)에 달하고요. 전체 일자리의 10%가 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파리테러가 터지면서 여행객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내수는 급격하게 위축됐죠. 결국 프랑스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0.7%)에 3분의 1도 안 되는 0.2%에 머물렀습니다. 프랑스 재무당국은 파리테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억 유로(약 2조7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더는 테러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올해 초 국정원 조사결과 국내에서 일했던 외국인 근로자 7명이 출국 후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에는 IS 연계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SNS를 통해 ‘코엑스 주변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협박해 전국이 발칵 뒤집혔죠. 다행히 실제 폭발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테러 공포를 실감하기 충분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테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테러와 경제’를 꼽았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의견 갈등은 ‘방법론’에 관한 것입니다. 정보 수집기관인 국정원에 얼마만큼의 권한을 쥐여주느냐에 대한 이견이죠. ‘테러=독버섯’이란 근본적 관점은 같습니다. ‘독버섯’으로부터 생명줄과 곳간을 안전하게 지켜줄 정치권의 혜안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