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vs. 국가안보 논란 더 확산될 듯
애플이 미국 연방법원에 아이폰 잠금 해제 명령을 취소해줄 것을 신청했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실상 취소 신청이라는 법적 대응을 통해 정부와 전면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사생활이 우선이냐 안보가 우선이냐의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 측 변호인단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연방지방법원에 지난 16일 ‘잠금 해제’기술 지원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기테러의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연방수사국(FBI)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아이폰은 잠금 해제를 위한 비밀번호 입력이 10번 연속 실패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가 전부 삭제된다. 이에 법원은 애플에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라고 명령했고 애플은 법원의 명령이 내려진 지 9일 만에 이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애플의 취소 요청은 법원 명령에 대한 응답 기한(26일) 직전에 나왔다.
애플은 이날 제출한 신청서에 테러범의 암호화된 아이폰을 해제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불필요한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법원 명령의 근거가 됐던 “제3자의 사법당국 협조에 대한 법률에 ‘부담스럽지 않은’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문구를 정면으로 받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또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FBI에 협조하도록 강제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오후 ABC 뉴스에 출연해 이번 논란이 법원보다는 의회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법원 명령 취소 신청에 따라 사생활 침해와 국가 안보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애플의 입장을 지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애플의 결정에 지지하는 뜻을 밝혔으나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애플이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IT 업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