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의 중간 지주사로 평가받는 그룹의 모태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호텔롯데에서도 재선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워낙 고령(95세)인데다 최근 성년후견인(대리인) 지정 여부까지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상법상 주식회사의 등기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롯데그룹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신동빈 회장의 '한ㆍ일 원톱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롯데제과는 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달 25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기이사에 재선임하지 않는 대신 황각규 롯데그룹 운영실 실장과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한다는 안건을 확정해 공시했다. 신 총괄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재선임하기로 했다.
신 총괄회장은 1967년 4월부터 현재까지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황각규 사장 등기이사 선임으로 '한·일 롯데 원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한때 11곳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했지만, 이제 남은 곳은 호텔롯데(2016년 3월 28일), 롯데쇼핑(2017년 3월 20일), 부산롯데호텔(2016년 11월)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건설(2017년 3월 26일), 롯데알미늄(2017년 8월 10일) 뿐이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이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재선임되지 않을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롯데제과의 등기이사 재선임이 안된 것"이라며 "호텔롯데는 아직 주총 소집결의도 이뤄지지 않아 재선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있으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경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선임은 안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임기가 끝나면 신 총괄회장은 차례차례 이사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