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나왔다. 살림하고 애 키우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인터뷰하는 날을 기다리며 많이 노력하고 노력했다.” 지난 2014년 6월 새 앨범 ‘It’s Not Too Late’를 들고 33년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컴백한 섹시 디바의 원조 김추자(66)다. 1969년 신중현에 의해 발탁돼 강력한 카리스마와 도발적 퍼포먼스,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거짓말이야’, ‘꽃잎’, ‘님은 먼 곳에’,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커피 한 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970년대 한국 최고의 여가수로 우뚝 선 김추자, 그녀가 컴백한다는 사실만으로 화제이자 뉴스였다.
문화평론가 이성욱이 ‘김추자, 선데이 서울 게다가 긴급조치’에서 “김추자의 노래 문법은 이미 지배화 되어 있던 무의식적 노래문법에 파열의 지점을 확실히 각인해 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틈새와 이단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수용자는 그 제공으로 인해 자신의 음악적 반향이 스펙트럼을 넓게 그리고 다채롭게 조형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김추자는 1970년대 대중음악적 의미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대중성 또한 엄청났다.
그런 그녀가 ‘몰라주고 말았어’ ‘가버린 사람아’ ‘그대는 나를’ 등 신곡이 수록된 음반을 들고 환갑이 넘은 64세라는 나이에 컴백해 그녀의 노래와 시대를 함께 했던 중장년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신세대들에게 김추자와 김추자의 음악의 존재를 알렸다.
정미조(67)가 돌아왔다. 인기 최정상이던 1979년 전격 은퇴를 한 뒤 37년만이다. 차분하고 비음이 섞인 매력적인 보이스로 ‘개여울’‘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으로 1970년대 스타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정미조가 지난 2월 은퇴에서 복귀까지 기간을 제목으로 한 앨범 ‘37년’을 발표하며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귀로’ ‘인생은 아름다워’ ‘7번 국도’ 등 재즈, 발라드, 탱고, 보사노바까지 세련되고 우아한 신곡과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등 자신의 히트곡을 함께 담은 새 앨범은 정미조를 기억하는 중장년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가요계를 은퇴하고 프랑스 유학과 교수 생활에 전념했던 정미조는 2014년 최백호가 “앨범을 내보는 게 어떻겠냐”며 음반 제작자를 소개해 준 게 컴백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정미조는 수원대 조형학부 서양화과 교수로 정년 퇴임(2015년)을 앞둬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노래에 대한 그리움”이 터져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정미조는 “가수로 복귀해 너무나 기분 좋습니다. 이젠 제 삶을 노래로 들려줄 때 인 것 같아요.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저를 새롭게 하는 분들에게도 가수 정미조가 어떤 가수인가를 보여주고 싶어요. 4월 10일에 콘서트도 합니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의미 있는 1970년대 여가수가 복귀를 앞두고 있다. 1970년대 혼성듀엣 ‘뚜아에무아’ 출신인 1세대 여성 포크 가수 박인희(71)다. 그녀가 35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다. 공연기획사 쇼플러스는 최근 “박인희 씨가 5월쯤 ‘박인희 컴백 콘서트-그리운 사람끼리’를 개최한다”며 가수 활동을 재개하는 건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35년 만이라고 밝혔다.
박인희는 1970년대 초 혼성듀엣 뚜아에무아로 활동했으며 1972년 솔로로 나선 뒤 ‘모닥불’,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세월이 가면’, ‘봄이 오는 길’ 등 서정성이 강한 멜로디와 가사의 포크음악을 직접 만들어 큰 사랑을 받은 1970년대에는 보기 힘든 싱어송라이터였다. 또한 박인희는 맑고 청아한 음성으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등 시를 낭송한 음반으로도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김추자에 이어 올 들어 정미조, 박인희가 속속 복귀하거나 컴백의사를 밝혀 한국 대중음악계에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970년대 색깔이 전혀 다른 3인의 여가수의 컴백은 이들의 노래와 함께 했던 장노년층에게 젊은 날의 추억을 선사할 수 있고 신세대에게는 1970년대 음악의 문양과 특성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이 단순히 과거의 추억팔이에 기댄 복귀가 아닌 2016년의 시대와 트렌드를 담보한 김추자, 정미조, 박인희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기에 이들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은 또 다른 차원에서 확장 될수 있다는 의미도 담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