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면세점 제도개선을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업계 이해관계자들간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개최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는 극명하게 갈린 롯데와 반(反)롯데의 입장 차이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날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주최로 '관광산업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신규면세점 5개사 사장단이 총 출동해 신규 특허 발급 요건 등을 놓고 격론을 펼쳤다.
신규 면세점 사장단은 공청회 개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신규 면세점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때 까지는 정부와 업계가 협조해야 한다"면서 "신규 특허의 추가 발급은 공멸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추가의 근거가 된 외국인 관광객 증가의 근거로 2014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57만명 증가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당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5년 서울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비 88만명 증가해 전년비 30만명 이상 증가한 신규 특허 추가발급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2014년 통계로 대체했다.
그러나 신규 면세점 사장단들은 애초 2014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최 연구위원이 밝힌 대로 참고용으로 추정치(2015년 88만명)를 계산했다가 이를 폐기, 다시 2014년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를 왜 매겼냐는 것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은 "관광연차보고서가 8월에 나와야 한다"며 통계수치의 신뢰도에 문제제기를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88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신규 특허 2곳만 내주면 되지만 157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5곳을 줄 수 있다"며 "애초에 오는 5~6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에 회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는데,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자 기준 자체를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 관계자가 "공청회는 롯데를 구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논의 내용도 변질 그 자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엔타스면세점 관계자는 "오늘 공청회가 현 시점에 열리는 이유가 뭐냐"면서 "롯데 구제하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희석 SM면세점 대표이사 회장은 "SM면세점은 지난 2월에 오픈한 이후 파리만 날리고 있다"면서 "브랜드 유치나 고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신규면세점들이 당초 예상했던 1만4000명 고용 가운데 절반 수준밖에 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천우 두산 부사장도 "5월 18일까지는 면세점 문을 열어야 하는데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어렵다"고 목소를 높였다.
이에 송파구 의회 관계자는 "브랜드 유치도 못할 면세점에 특허를 왜 준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잘 하는 면세점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현장에서 반박했다.
송파구 관계자들과 롯데면세점 노조원 등에게 발언권이 연달아 주어지자 한켠에서는 "롯데 쪽 사람에게 발언권 좀 그만주라"고 소리를 치는 등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 보다는 양측의 신경전만 극에 달하는 분위기였다.
공청회가 끝난 이후 신규면세점 5개사 사장단은 모두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신규특허 발급요건 및 면세점 시장진입 완화 방안 △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허용 여부 △적정 특허수수료 수준 및 재원활용 방안 △독과점적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