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첫해 ‘크라카타우’ 생색내기…‘저가’ 슬래브 위주 취약한 사업구조
포스코의 내외부 관계자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적자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사업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1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과 업무협력협약(MOA)을 맺었다. 2009년은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해다. 이후 2010년 10월 부지공사에 착공할 정도로 사업 추진이 빠르게 이뤄졌다.
크라카타우포스코 가동 직후인 2014년 1월 고로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난 것도 성과 보여주기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고로가 파손되면서 7일 동안 공장이 멈췄다. 사업성 뿐 아니라 공장 운영 측면에서도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1차 철강제품인 슬라브와 후판만 생산하는 것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슬라브와 후판은 저가인데다 경쟁이 심한 제품이다. 철강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해당 제품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또 중국산 철강이 동남아로 수출되고 있는 점도 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이같은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열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강판에 쓰인다. 그러나 2014년 인도네시아에 판매된 자동차 121만대 중 96%인 116만대는 도요타, 혼다, 다이하츠 등 일본 자동차들이 차지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열연공장을 지어도 일본 철강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결국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제철소에서 손을 뗄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지어질 열연공장의 사업비는 1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업비는 크라카타우스틸이 전액 부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지분을 크라카타우스틸 측에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포스코가 70%, 크라카타우스틸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미송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라카타우스틸이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며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지분율이 낮아져 연결실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제철소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도네시아 제철소와 관련 “초기 2~3년의 적자는 으레 있는 일”이라며 “철강 가격이 오르고 있어 올해부터 경영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제품 구성이 슬라브 위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