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성과를 내기 위한 각자의 방법이 있고 또 지켜져야 한다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19대 국회에서 비로소 학습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번 공천권 파동은 다양한 가치를 무시하고 오직 ‘힘’에 의존하는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공천이 오직 힘의 논리로 결정될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다양성’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상황을 보더라도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진영에 속해 있지 않은 이들부터 순서대로 퇴출됐다. ‘보편적 복지’와 ‘헌법적 가치’를 주장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정체성’ 공격을 감내해야 했다. 다양성 다음으로 ‘공정성’이 후퇴한다. 권력에 기대 탄생한 입법기관이 그 출생 배경을 잊고 공평무사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야권도 약자를 배려할 여유는 없었다. 더민주는 공천 칼자루를 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스스로 비례대표를 2번으로 정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14번으로 조정하는 한바탕 ‘해프닝’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만만한 것은 권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청년이었다. 청년 비례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부정심사 논란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청년 비례 폄하 발언까지 터져 나왔다.
국민들은 그동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어떻게 권력에 좌우됐는지 잘 알고 있다. 정치권의 부정적 인식은 의원 배지를 단 후보들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하고, 이 불만은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거 전부터 ‘정치혁신’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달라진 모습이 없어 불신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