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심장’ 벨기에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동시다발 폭발 테러가 발생해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시장에서는 작년 11월 130명의 희생자를 낸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또다시 고개를 든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께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하고, 그 한 시간 쯤 뒤인 오전 9시 11분께 브뤼셀 도심에 있는 말베이크 지하철 역에서 또 폭발이 발생했다. 이 지하철 역은 유럽연합(EU) 본부에 인접한 역이다.
벨기에 연방검찰은 이날 폭발을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는데, 같은 날 IS 측이 테러 배후임을 자처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테러에 의한 사고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IS 측은 “자폭 벨트를 폭파해 우리 형제들은 벨기에 중심에서 IS의 위대함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테러로 인한 사상자 규모는 작년 파리 테러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러나 EU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주요 국제기구 본부가 자리한 ‘유럽의 수도’ 브뤼셀을 저격했다는 점에서 테러 공포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S가 프랑스 파리에 이어 테러 대상으로 브뤼셀을 지목한 것은 유럽 전역의 사회·경제에 타격을 줄 목적이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폭발 테러로 인해 브뤼셀 공항의 모든 항공기 운항이 전면 취소·중단됐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도 멈춰섰다. 또한, 벨기에 정부는 공항 폭발 직후 테러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렸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는 물론 미국 뉴욕 등 세계 각지의 주요 공항 보안 경계가 격상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유럽 대륙을 잇는 고속철 유로스타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유럽 전역에 테러 경보가 발령됐다.
문제는 이번 테러로 브뤼셀의 기능 마비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의 정치·경제 활동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번 테러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U 체제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날 테러로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 급락했다.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로 난민 유입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재부상한 영향이다. 영국 외에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극우정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돼 난민 문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소폭 상승 마감했지만 벨기에 테러 여파에 여행·항공 관련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범유럽권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0.15% 하락한 340.30으로 마감했다. 다만 테러가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증시를 비롯해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가 소폭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