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그레이스완’,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로 성장모멘텀 발굴해야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경기침체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 할 것 없이 단기적인 경기회복세 유지를 조화롭게 추진하는 가운데 보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즉, 수요회복과 공급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소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산업지형을 전망해 보면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교역재 시장은 위축되고 서비스업 등 비교역재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업 및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등 성장모멘텀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그레이스완(회색백조, gray swan)’으로 규정했다. 불확실성에 따른 스트레스 상황을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다만 조정 과정의 마무리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잠재 성장경로의 회복여부를 확인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금융시장, 미국의 통화정책, 그리고 국제유가 등 그간 불확실성이 높았던 요인들이 최근에는 비교적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도 당분간 완화적 입장을 지속할 분위기”라며 “국제 금융시장은 연초와 같이 높은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 해도 시장에는 아직 다양한 형태의 잔불이 남아있어 안심하기 이르다. 조정 과정의 마무리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유효수요 회복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잠재 성장경로로의 회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지금과 같은 ‘그레이 스완’ 상황은 지난 30여년간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규모의 완화적인 거시경제정책으로 새로운 불균형이 축적되기도 했지만 더 크게 보면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거시경제적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금융시장내 변동성 확대, 전세계적인 성장세 둔화, 원자재가 하락 등도 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 이전 20년 동안 대안정기에 중국 및 동유럽이 글로벌시장에 편입되면서 세계경제는 장기간 호황을 구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산업과 금융기법이 크게 발전해 세계경제는 금융측면에서 긴밀히 연결됐다”며 “2007~8년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실물과 금융부문의 불균형을 간과한데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