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쓴 책과 글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연예인이 쓴 책 중 상당수가 대필하거나 구술시킨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주 묻습니다. 연예인들 중에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누구냐고요. 물론 연예인이 직접 쓴 책이나 글을 읽은 것으로 한정되지만 전 항상 “김창완 아저씨”라고 대답합니다.
왜냐구요. 김창완은 최근 발표한 노래 ‘시간’ 가사, 에세이 ‘집에 가는 길’부터 동요동화집 ‘개구쟁이’ 소설 ‘사일런트 머신 길자’까지 수많은 글들을 발표했습니다. “자유는 조화로움과 다르지 않다. 말은 날개를 달고 비마가 되어야만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고 갈매기가 더 크고 넓은 날개를 가지고 더 높은 곳을 날아야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말은 초원에서 바람을 마주보고 서 있을 때 자유로운 것이며 갈매기는 분홍빛 발을 배 밑에 감추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두둥실 떠 있을 때 자유를 타고 있는 것이다.” (산문집‘이제야 보이네’)
“아침에 일어나 틀니를 들고/잠시 어떤 게 아래쪽인지/머뭇거리는 나이가 되면/그때 가서야 알게 될 거야/슬픈 일이지/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얼마나 달콤한지/그게 얼마나 달콤한지/얼마나 달콤한지/그걸 알게 될 거야”(노래 ‘시간’가사)
이처럼 김창완의 글은 깊은 성찰과 사유가 배어 있고 추상과 구체 그리고 감성과 이성을 넘나들며 구사하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넘쳐나기에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스타로는 차인표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 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 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 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마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 있을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2001년 5월 24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돼 국내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지금도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차인표가 아내 신애라에게 보낸 편지중 일부입니다. 차인표는 인터넷 등에 에세이 뿐만 아니라 두 권의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 ‘오늘예보’도 발표한 바 있지요.
박래부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차인표의 글의 흡입력과 감동은 어디서 오는 걸까. 좋은 글쓰기가 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글은 무기교의 진실, 소박함이 흔히 미사여구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라고 차인표의 글에 대해 평가를 했지요.
“그런 날들이 있었다. 지지 않으려 그대를 울게 한 적이 있었다. 자존심을 지키려 그대를 지지키지 못한 적이 있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은 있었어도 무엇을 보여 주어야할지는 몰랐었다” …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가 지난 1월 27일자 ‘유아인 북클럽을 제안하며’이라는 글을 통해 유아인의 글에 대해 언급을 했더군요. “페이스북 등 SNS의 진화로 뒤늦게 확산되고 있는(유아인의) 이 짧지 않은 에세이에는 '나는 글로 성장을 그리던 청년이었다'는 고백이 있다. 자신의 문화적 취향과 연기 욕망을 솔직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설득하는 문장을 보며 이 다재다능한 배우…”라며 유아인의 글에 대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는 “유아인 글 봤습니까? 글 좀 그만 쓰라고 해주십시오. 자꾸 사람 절망시키지 말고...”라며 우회적으로 유아인의 글에 대해 칭찬을 했습니다. 유아인의 글을 접한 상당수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연예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보는 것은 연기와 노래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