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경선 레이스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한때 돌풍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독보적으로 파죽지세를 이어가자 이를 저지하려는 2위 주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사이에서 급기야 ‘부인 공방’이 이어졌다고 23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와이프 공방의 발단은 크루즈 의원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메이크 아메리카 어썸(MAA·Make America Awsome)’이었다. MAA는 지난 22일 모델 출신인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과거 모델 활동 시절 찍었던 남성 잡지 GQ의 전라 노출 화보를 유타 주에서의 온라인 선거광고 사진으로 사용했다. 사진 속 멜라니아는 비스듬히 엎드려 누워 있어 그의 허리와 엉덩이 라인 일부가 드러나 있다. MAA은 해당 사진에 “멜라니아 트럼프를 만나라. 당신의 차기 영부인이 될 것”이라면서 “원하지 않는다면 화요일 테드 크루즈를 지지해달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날 경선이 열렸던 유타 주는 보수주의 색채가 강한 지역으로 모르몬교 우세 지역이다. MAA가 보수적인 유타 주의 모르몬교 주민을 겨냥해 해당 사진을 선거 광고로 사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튿날인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멜라니아가 GQ잡지를 위해 찍은 화보를 사용한 것은 수준이 낮은 광고”라면서 크루즈 의원을 향해 “조심해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아내(하이디 크루즈)에 대한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크루즈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크루즈도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그 사진은 우리 선거캠프 측에서 나온 게 아니다”면서 “내 아내 하이디를 공격하려 한다면 당신은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겁쟁이”이라고 비판했다. 크루즈의 아내 하이디 크루즈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다들 알다시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대부분이 현실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는 월가 유명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고위임원 출신이다. 남편의 선거활동을 지원하려고 골드만삭스를 떠났으며 남편의 선거자금 활동에 일등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크루즈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3일 저녁 트위터에 “거짓말하는 크루즈가 자신은 멜라니아 GQ사진 선거광고와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그를 ‘거짓말하는 테드’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2일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애리조나(프라이머리)에서 47% 지지율을 얻어 승리해 58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유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크루즈가 69.2%의 지지율로 승리해 40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트럼프는 현재 총 738명의 대의원을, 크루즈는 463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공화당의 최종 후보를 확정 짓는 매직넘버는 1237명이다. 같은 날 민주당 경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78명의 대의원이 걸린 애리조나주에서 58%를 확보해 승리했으며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아이다호와 유타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현재까지 클린턴은 1223명, 샌더스는 92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민주당의 매직넘버는 238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