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홍보 수단이 없었지. 입소문이 전부였어. 하나 있었다면 프로골퍼 추천 정도일거야. 프로골퍼 추천이 정답이었지.”
이은길 골프로드 골프숍(서울 용산구) 대표는 밀수에 의존했던 1960~70년대 국내 골프클럽 업계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골프는 일부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골프클럽 마케팅이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정식 허가를 받아 영업한 골프숍도 1960년대 중반이 돼서야 처음 문을 열었다.
국내 골프클럽 시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켠 것은 1998년이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 골프산업이 혁명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세리로부터 시작된 국내 골프 붐은 선수(일명 세리키즈)는 물론 골프장, 골프용품, 골프 전문 미디어, 골프 관련 단체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국내 골프용품 마케팅의 시작은 사실상 이 때부터다.
가장 일반적인 홍보 수단은 신문과 잡지의 지면 광고였다. 하지만 1999년 SBS골프, 2005년 J골프(JTBC골프)가 각각 개국하면서 골프용품의 광고시장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다수의 골프용품 업체가 TV 광고에 가장 많은 홍보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골프클럽 브랜드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타회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제품의 렌탈 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피팅을 통해 브랜드 장점을 어필하려는 업체도 있다. 브리지스톤, 캘러웨이골프, 혼마골프, 핑골프, 타이틀리스트, 던롭, 미즈노 등 대수의 메이저 브랜드는 독자적 피팅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며 기성품 한계를 극복하고 폭넓은 유저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골프용품 마케팅에 있어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수 프로모션이다. 특정 프로골퍼에게 용품을 후원하고 해당 선수를 활용해 용품(브랜드)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골프, 던롭, 혼마골프 등이 적극성을 띠고 있다. 특히 혼마골프와 핑골프는 지난해 선수 후원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대표적 브랜드다. 혼마골프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이보미(28)를 후원해 ‘아저씨 클럽’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었다. 이보미 외에도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 김하늘(28·하이트진로), 장하나(24·비씨카드) 등 여자 프로골퍼를 적극 영입, 젊은 브랜드로 거듭났다. 핑골프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박성현(23·넵스) 후원으로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양분한 전인지와 박성현은 시즌 내내 투어 흥행을 이끌며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골프클럽 마케팅에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10년께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간접 홍보하는 PPL(Product Placement)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붐을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PPL은 새로운 홍보 수단을 찾던 골프용품업계와 제작비 마련에 허덕이던 드라마 제작사가 만나 이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패션의 골프의류 브랜드 팬텀은 지난해 MBC 주말 드라마 ‘여자를 울려’의 제작비를 지원했고, 한성에프아이의 골프의류 올포유는 MBC 주말 드라마 ‘가화만사성’을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마케팅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VIP 마케팅이다. 경기에 상관없이 매출 신장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케팅이 실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골프용품 브랜드의 VIP 마케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독자 골프대회 유치는 골프클럽 브랜드 콘셉트를 좌우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브리지스톤골프는 지난해 사랑나눔 골프대회를 9년째 진행했고, 미스테리골프는 국내 유일의 캐디골프대회를 경기 여주의 스카이밸리CC에서 3년째 진행해 화제를 불러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