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 다가왔지만 건설사들은 한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해 분양시장 훈풍을 타고 호황을 누린 건설업계에 매서운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합병에 실패하고 올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건설이 이달 초 70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원의 15% 해당하는 대규모 인력감축에 해당한다.
건설업계 불황과 맞물리며 M&A추진이 장기화 될 경우 경영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다만 강제퇴직압력 논란이 일면서 70명의 절반에 가까운 명예퇴직 대상자들이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M&A에 성공한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지난해 말 세운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은 남광토건은 인력 구조조정설에 휩싸였다.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 시 자연스런 인력감소는 있어왔지만 남광토건의 경우 광주지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인력유출이 상당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세운건설이 설립을 추진하는 광주지점에는 경영 및 인사 등 본사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이란 비판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광주지점 설치는 사실상 본사이전과 마찬가지인만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행태”라며 “과거 포스코건설이 송도로 이전할 때만 해도 1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광주로 옮길 경우 상당한 인력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칼바람은 비단 M&A 건설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 역시 인력감축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월 건설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700여명의 인원감축을 실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현재 희망퇴직 접수를 상시적으로 받고 있는 이 건설사는 지난달 토목분야 320명 감원설이 항간에 돌며 건설사 측에서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분양훈풍을 타고 상반기에만 총공사비 3000억원 이상의 수주액을 올린 중견 건설사인 한양 역시 구조조정 잡음에 휘말렸다.
지난달 이 건설사는 지난달 토목직 직원 10여명에게 퇴직 압력을 가한 후 계약직으로 재채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종은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대표적인 업종인 만큼 국내외 수주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이 비용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기존 건설업계 체질을 바꾸기 위한 한 과정으로도 해석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