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혜자·혜리·종원… 오늘은 뭘 먹을까?

입력 2016-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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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GS리테일 ‘김혜자 도시락’ 편견 깨고 빅히트… 코리아세븐 ‘혜리…’·BGF리테일 ‘백종원…’ PB도시락 잇따라 출시하며 3각구도

대한민국은 지금 편의점 전성시대다. 1989년 국내에 처음 상륙한 편의점은 불과 27년 만에 국내 유통을 책임지는 핵심 채널로 자리잡았다. 한 집 건너마다 있는 편의점에서 요즘 가장 인기 많은 품목은 컵라면도 삼각김밥도 아닌 도시락이다.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 곳은 GS리테일(편의점 GS25)이다. GS리테일이 지난 2010년 9월 ‘김혜자 도시락’을 출시했을 때 업계는 고개를 내저었다. 편의점에서 내놓은 도시락이 통할 리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때까지 편의점 도시락 제품은 “싼 만큼 맛도 없고 먹을 것도 적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소비자들은 ‘혜자롭다’(‘자애롭다’의 패러디), ‘마더 혜레사’(마더 테레사의 패러디) 등 감탄사를 쏟아냈다. 판매량도 수직 상승했다. 이에 질세라 다른 편의점 업체들도 속속 도시락 제품을 내놓았다. 2015년 3월 코리아세븐(편의점 세븐일레븐)이 ‘혜리 도시락’을 내놓았고, 같은 해 12월엔 BGF리테일(편의점 CU)이 ‘백종원 도시락’을 출시, 3각 구도를 완성했다.

4일 GS리테일, BGF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가장 효자 상품은 자체 PB브랜드 도시락이다.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한 가운데 근거리 쇼핑문화와 소비 패턴이 가성비로 변화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학생과 워킹맘은 물론 점심값이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의 호응이 높다. 더욱이 편의점 도시락은 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맛은 물론 품질에서도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어엿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편의점 도시락 특유의 접근성 및 가성비 등 강점이 맞물리면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시락 판매 신장률은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GS25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2010년 ‘김혜자 도시락’을 선보인 후 다음 해 전년 대비 152.3%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고객들의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신뢰가 커지면서 매년 전년 대비 50%를 넘나드는 큰 폭의 성장을 지속해 왔다. 3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9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CU 도시락 매출 증가율도 2015년 65.8%에서 올해 들어서는 20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CU에서는 올해 국내 편의점 등장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술과 바나나맛우유 등 전통 효자 상품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약 3000개에 이르는 취급 품목(담배 제외)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한판 도시락(3500원)’의 매출이 가장 많았다. 이전에는 해마다 소주·맥주·바나나맛우유·캔커피 등 가장 대중적 주류와 음료가 상위권을 휩쓸었던 만큼 이 같은 결과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는 다른 편의점에서도 공통된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이 올 들어 2월 21일까지 품목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혜리 11찬 도시락’이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순위(11위)보다 다섯 계단이나 뛰어 도시락으로서는 처음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은 출시 1년 만에 누적판매량 1200만개를 돌파했고,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4%에 달한다.

도시락의 주요 소비계층인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데다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책임지기 위한 편의점들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도시락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락의 주력 구매층인 1인 가구가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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