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혔던 토마스 스태그스(55)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임하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디즈니는 이날 스태그스가 5월6일자로 COO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다만 그가 맡고 있는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의 특별자문 직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10월 초까지 유지된다.
스태그스는 지난해 라이벌인 제이 라슬로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치고 COO 직에 오르면서 사내 ‘넘버2’로 등극하게 됐다. 그는 2018년 6월 자리에서 물러나는 아이거의 뒤를 이어 차기 CEO감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었다. 스태그스는 26년간 디즈니에 몸담으면서 디즈니랜드와 리조트 사업부문 CFO와 회장직까지 지냈다. 특히 디즈니의 야심작인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프로젝트 핵심인물로 아이거 CEO를 이어 디즈니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 스태그스는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태그스의 CEO직 수행에 대해 디즈니 이사회가 몇 주간 고민했으며 지난 1년간 스태그스의 성과를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스태그스에 아이거 후임으로 어떤 확신을 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가 영화와 TV 사업부의 경험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이거와 그의 전임자 마이클 아이스너 모두 TV와 영화사업부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이 부문의 성공을 바탕으로 ‘디즈니왕국’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차기 CEO 인물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디즈니 이사회는 차기 CEO 후보를 “광범위한 시각에서 후임자 후보를 물색하고 평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후보군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물색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아이거 후임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아이거는 지난 11년 임기 동안 회사 주가를 314% 끌어올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68% 상승했다. 지난해 디즈니는 84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익의 상당 부분이 아이거가 주도했던 마블엔터테인먼트, 픽사애니메이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거둬들인 것이다.
이날 월트디즈니 주가는 장중 2% 급락했으며 이후 하락폭을 만회, 0.39% 내린 96.38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