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보험대리점 간 부당 지원 거래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었다. 자사 상품 판매를 늘리려는 보험사들이 대리점에 임차비 등을 제공하는 거래는 관례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불완전 판매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보험사가 설계사 100명 이상인 독립법인대리점(GA) 188곳에 지원한 임차보증금 규모가 3062억원에 달한다.
GA는 특정 보험사의 보험상품만 판매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상품 판매 위탁관계인 보험사와 GA의 관계는 얽히고 설켜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품 판매를 맡기는 보험사가 GA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생·손보협회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대리점 등록·관리 등의 위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인 미만의 GA에 대해서는 생·손보협회가 검사권도 갖고 있다. 100인 이상의 GA에 대한 검사권은 금감원이 수행한다.
또한, 대리점들이 회사의 경영 및 재무상태를 알리는 공시도 보험대리점협회가 아닌 생·손보협회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GA의 입김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러 보험상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가 판매 실적을 올릴 수 있는 판매채널 중 하나가 GA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GA가 사무실 임차보증금이나 월 임차료를 많이 지원해준 생명보험사의 상품 위주로 몰아주기식 판매를 하고 있다.
대형 A생보사의 경우 지난 1월 GA 판매채널에서 매출을 올린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70%가 2개의 GA에서 거뒀다. 다른 대형 B생보사의 경우도 2개 독립대리점에서 전체 독립대리점 수입보험료의 65%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비율이 높은 대리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보험사 10곳(동부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흥국화재, 삼성화재, 롯데손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을 대상으로 기관주의와 직원 자율처리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초 GA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보험사와 대리점의 로비관계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와 GA의 자금지원 관계를 끊기 위해 임차료 지원 금지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보험 분야의 금융개혁(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과제를 대거 반영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사무실 임차료, 대리점 운영 경비, 회식비 지원을 보험사에 요청하는 것과 같은 독립대리점의 불공정·부당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차료 지원을 금지하면 보험사 의존도가 높은 독립대리점은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보험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임차료 지원과 같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