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전역을 휩쓴 바나나 시듦병 이른바 ‘파나마 디시즈’ 변종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바나나 시듦병이 미주와 유럽시장의 주요 바나나 공급원인 남미를 위협하면서 바나나 수출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이번주 코스타리카에서부터 미국 마이애미에 이르기까지 남미 바나나 생산지 협의체인 국제바나나협의회(IBC)는 파나마 디시즈로 불리는 바나나 시듦병이 해당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오염된 상태에서 재배지에 출입을 삼가는 등 주의를 당부했다. 파나마 디시즈 변종은 현재 아시아는 물론 호주와 아프리카 중동 일부 지역까지 번지면서 바나나 농가를 긴장케 만들고 있다. 파나마 디시즈는 토양 속의 균류에 의해 전염되며 아직 치료법이 없다. 특히 이번 시듦병이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바나나 품종인 캐번디시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번디시는 세계 바나나 수출의 95%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파나마 디시즈를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바나나 질병”이라고 규정하면서 36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바나나 산업 전체가 이번 달 시듦병을 막기 위해 행동에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나마 디시즈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 당시 가장 인기있던 품종이었던 그로미셸(Gros Michel)이 초기 형태의 파나마 디시즈 확산으로 쑥대밭이 되면서 재배 업체들은 캐번디시라는 새 품종을 재배해야만 했다. 캐번디시는 그로미셸에 비해 맛은 떨어졌지만 질병에 강하다. 특히 이동시간이 길어도 손상이 더디고 크기와 모양이 시장성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와 재배 농가에서는 1960년대처럼 이번 파나마병이 한 품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현재 인기 품종인 캐번디시를 대체할 다른 품종 재배를 고려하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인기 품종으로 바나나 산업이 단일화되면서 해당 산업이 일부 질병에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유전자 변형 캐번디시 바나나 재배에 나서고 있다. 대만은 유전자 변형 캐번디시를 개발, 필리핀과 중국 일대에서 재배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생물다양성연구소(Bioversity International)의 판 덴 베르그 바나나 연구원은 “개발 상황은 상당히 좋지만 맛이 좋다거나 장거리 수송에 적합하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뚜렷한 묘책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