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뉴 노멀(New Normal)에 대비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에 나설 것을 알리며 전략 방향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안에 고부가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신규 글로벌 파트너링과 인수합병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정 부회장은 짧은 호황, 긴 불황의 ‘뉴 노멀’ 시대를 언급하며 “뉴 노멀 시대에는 불황 때 덜 잃고 호황 때 더 많이 버는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며 선제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성장 고착화로 전 산업 분야에서 국가 간, 업종 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석유·화학 산업도 구조적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알레스카에도 꽃은 피듯이 힘든 환경인 뉴 노멀이지만 어떻게 적응하고 이겨내느냐에 따라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며 “SK이노베이션도 생존을 확보하고 미래를 선점하고자 과감하고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사업구조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Hard Power) 변화와 스피드·유연성 제고 등 조직문화(Soft Power) 혁신이 근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동력으로 호황기에 차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불황기에는 수익을 지키는 경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의 추진방향으로 △고부가제품 △비전통자원 △글로벌 파트너링과 M&A △중국과 미국 중심의 사업개발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석유사업의 경우 차별적·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동북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정유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며, 화학사업은 중국과 고부가 제품의 투자를 통해 기존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본사 기능을 중국 상하이로 이전한 SK종합화학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인수와 글로벌 파트너링 방식의 합작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급 윤활기유 중심으로 성장해 온 윤활유 사업은 합작 또는 M&A 등을 통해 완제품 윤활유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기로 했고, 석유개발사업은 미국 내 셰일가스 등 비 전통자원 자산 신규 인수, 기존 석유개발 사업 확장 등을 통해 독립적인 석유개발 전문 회사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석유개발 사업은 저유가로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고 있다”며 “매의 눈으로 기회를 포착해 사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중국 내 합작법인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링을 활용해 중국 중심의 성장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우리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력과 의지를 갖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며 “중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2차전지 분리막(LiBS) 사업도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직문화 혁신과 관련해서 정 부회장은 스피드와 유연성을 강화해 유가와 환율 등 경제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SK이노베이션을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이 넘는 글로벌 일류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기초체력을 확보했으니 이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기업가치를 키워 글로벌 일류기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진정한 글로벌 일류기업은 사업´재무´수익´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사람´역량´기술, 조직´문화´프로세스 등 모든 영역에서 일류여야 하므로 전방위적인 구조 혁신을 위해 CEO부터 앞장서 뛰겠다”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부진을 털고 지난해 2011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인 1조9000억원을 거뒀다. 2014년 7조8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3조5000억원대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2014년 119%에서 지난해 84%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