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옵션쇼크'를 일으켰던 도이치 사가 또다시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는 '에버레스트 캐피탈' 내 글로벌 펀드 등 7개 펀드가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에버레스트 펀드가 청구한 100억원 중 총 94억 366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 직원들이 미리 코스피200주가지수를 하락시켜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할 목적으로 시세조종행위를 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도이치 측은 '전문 투자자인 에버레스트 펀드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투자자 2명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한 이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도이치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 정상 주가(252.55포인트)를 기준으로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올해 1월에는 도이치증권 관계자들에게 시세조종한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하고, 도이치 법인에도 450억여원의 추징금을 물렸다. 형사사건은 현재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에 계류 중이다.
도이치 사는 2010년 11월 11일 11억원대 코스피200 풋옵션을 미리 사들인 뒤 단 10분 만에 2조원대 물량을 쏟아들이는 수법으로 지수를 급락시켜 400억대 수익을 거뒀다. 코스피 시가총액 28조 8000억원이 증발한 '도이치 옵션쇼크'로 당시 코스피지수는 53포인트가 폭락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대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