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역대 부총리ㆍ장관 초청 만찬…참석자들 쓴소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역대 부총리·장관을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이승윤ㆍ홍재형 전 부총리(경제기획원), 사공일ㆍ정영의ㆍ이용만ㆍ박재윤 전 장관(재무부), 강경식ㆍ임창열 전 부총리(재정경제원), 강봉균 전 장관, 진념ㆍ김진표ㆍ한덕수 전 부총리(재정경제부), 장병완 전 장관(기획예산처), 강만수ㆍ윤증현ㆍ박재완 전 장관, 현오석ㆍ최경환 전 부총리(기재부) 등 18명이 참석했다.
기재부는 "(전임 경제수장들이)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며 "다만 전문성이 있는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제 원로들은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은 회생 가능성을 제1 원칙으로 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며, 주력산업인 전자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윤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대국민 설득이 있어야 한다"며 "실무는 차관 이하 실무자에게 맡기고 유 부총리는 당사자뿐 아니라 여러 이해 집단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에 매진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구조개혁이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되면 개혁의 힘을 얻기 쉽지 않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여야 대립 속에 정치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유 부총리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인 규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영자, 노동자, 채권단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재완 전 장관은 "정부 재원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을 정리하고 한계기업을 청산하는 등 정부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만수 전 장관은 "해운업은 미래 영웅 산업이기 때문에 꼭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법정관리 보내면 (해운사가) 해체될 수 있으니 법정관리는 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구조조정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과거의 경험이고 지혜"라며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누군가 나서서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후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선배님들의 지혜와 고견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단계는 채권단과 정리 단계"라며 "용선료 협상에 총력 기울여야 하고 잘되길 바란다. 잘되느냐 안되냐는 협상력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사공일 전 장관과 강봉균 전 부총리께서 말씀하셨는데, 실탄을 확보하는 의미지 미국식 양적완화와는 다른 얘기였다"며 "산발적으로 출자하기보다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국판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강 전 부총리는 "정부나 한은의 출자 정도로는 안 된다"며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실탄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는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은 국책은행에 출자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지만, 강 전 장관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양적완화는 부총리 때도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라며 "재정만으로는 구조조정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한국은행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독립성 문제가 있어 진전을 시키지 못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