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한마디로 재밌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는 마블이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최전선에 있음을 우렁차게 선언하는 영화다.
‘시빌워’는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로 읽히는 영화다. 성조기가 그려진 쫄쫄이 코스튬을 입고 국가 홍보모델로까지 활약했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이름 그대로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군 입대를 위해 불법 전입신고까지 불사했던 그에게 국가는, 불러주기 전에 먼저 달려가는 곳이었다.
반면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폼생폼사’ 인생을 걸어 온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수트를 국가에 귀속시키라는 정부의 압박마저도 가볍게 거부해 온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절체절명의 순간, 의외의 선택을 한다. 캡틴은 국가가 슈퍼히어로를 관리하는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하고, 아이언맨은 옹호하고 나선다. 그리고 히어로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캡틴 옹호파와 아이언맨 옹호파로 나뉜다. 시빌워 내전의 시작. 영화는 두 주축 인물의 기존 캐릭터를 비틀어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시빌워’는 히어로들을 다루는 방식이 절묘한 영화다. 히어로들이 대거 출동하는 이 영화의 관건 중 하나는 ‘독고다이’ 영웅들을 어떻게 규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출연 분량을 쪼개고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작업. 그 어려운 일은 마블은 또 해낸다.
개별 멤버들 사이에 형성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도 풍성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정치적 갈등, 비전(폴 베타니)과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사이에서 감지되는 연정,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윈터 솔저(세바스찬 스탠)를 향한 복수심 등 영화는 다양한 함수 관계 속에 놓인 캐릭터들의 감정을 쌓아 올리며 드라마의 결을 풍성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팀플레이가 훌륭한데, ‘팀캡틴’과 ‘팀아이언맨’이 맞붙는 공항액션 시퀀스에는 관객들이 히어로 오락영화에 기대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액션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일 뿐 아니라, 각 캐릭터의 매력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돼 흥을 돋운다.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대의에서 시작한 일들이 개인의 사적 복수로 귀결되면서, 내전의 크기를 스스로 축소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마블 세계 입문자들에게 가차없이 냉정하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의 갈등, 인물관계와 죄의식 등은 모두 전작들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시빌워’를 100% 즐기기 위해 기존 마블영화의 예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전작에서 루소 형제 감독이 선보였던 솜씨 좋은 봉합술은 이번에도 여전히 믿음직하게 발휘된다. 스펙터클의 성찬도 푸짐하다. 그러니까 ‘시빌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3단계를 여는 작품으로서 제 소임을 다하는 알짜배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