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양플랜트 적자봤지만 글로벌 수주잔량 여전히 최고… 철강, 자동차·조선산업 회복세 관건
최근 우리 조선·철강 산업이 글로벌 과잉 공급에 쓰나미급 충격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실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들어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1~2년 내 공장 가동을 일부 멈출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철강산업은 그나마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조금이나마 회복의 기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철강사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면서 가격을 인상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 안도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철강업 모두 지금의 치킨게임에서 승리할 경우 경영 정상화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커다란 결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들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수주 잔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강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해운 정보업체 ‘클라크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782만 표준화물 환산톤수(CGT)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다.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은 해양 플랜트와 특수선 물량을 더하면 140척으로 늘어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450만 CGT, 95척으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439만 CGT, 81척으로 3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2018년 물량까지 확보된 상태다.
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 회복세가 관건이다. 2분기까지 수요산업이 활황이면 한 달여 간격을 두고 추가 철강제품 주문이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재고가 쌓이게 된다. 최근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철강업종에 대한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량이 연간 5억~7억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계획대로 연간 1억~1억5000만톤을 감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급량이 넘친다.
그러나 철강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작년 대비 올해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글로벌 철강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철강 업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최근 가동률을 올리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고가 줄고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의 경우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중국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국내 철강 시황이 중국에 후행하는 만큼 낙관적으로 본다면 3분기까지 회복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