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가 저유가 상황에서도 정제마진 등 제품별 스프레드 강세로 호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과거 유화업계는 ‘고유가=고수익’이라는 등식이 통했지만 유가 급락 이후에는 유가 반등 속도가 단기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즉 유가 상승 시 원료 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스프레드가 축소돼 결국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화 기업들의 호실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유업계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3% 늘어난 8448억원을 기록했다. 애초 증권가에서 예측한 6000억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을 훌쩍 넘은 규모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106.3% 늘어난 49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현대오일뱅크도 106.4% 급증한 20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저유가에 따른 매출 하락에도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차인 정제마진 증가와 재고평가 손실 축소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이 4% 가량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6% 증가한 4736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도 전년보다 26.5% 늘어난 457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러한 실적은 정유업과 마찬가지로 제품가격과 원료가격 차이인 스프레드 개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향후 유가의 향방이 불투명한데다 유가 상승이 이러한 스프레드에 영향을 미쳐 수익에 악영향이 점쳐지고 있다. 유가 상승 속도가 단기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특히 상승 시에는 원료 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확대된 이익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이스신용평가 안경훈 연구원은 “유가반등 수준에 따라 연기되거나 중단된 가스와 석탄화학 기반의 생산설비 투자가 재개되면서 공급부담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일부 품목의 공급초과 상태,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라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위협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