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가상화폐로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비트코인 창시자, 일명 ‘나카모토 사토시’의 정체는 호주 기업인인 크레이그 라이트라고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사토시가 누구인지에 대한 7년 간의 논쟁이 끝나게 됐다. 라이트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창안했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했으며 비트코인 주요 커뮤니티의 핵심 인사들과 개발자들 역시 그의 주장을 확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라이트는 BBC와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남성잡지 GQ 등 3개 매체에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BBC와의 회동에서 라이트는 비트코인 개발 초기에 만들어졌던 암호 키로 디지털 서명을 했으며 이 키는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었던 비트코인 블록과 연결됐다고 BBC는 전했다. 라이트는 “지난 2009년 1월 첫 비트코인 거래로 할 피니에게 10비트코인을 보낼 때 사용했던 블록”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등의 개입은 물론 기업들이 쓰는 디지털머니 등 시스템을 제어하는 특정 기관이 없이 개인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로 익명성이 보장되며 거래가 간편하고 수수료도 저렴하기 때문에 각광을 받아왔다. 비트코인이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일 당시 개발자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정체를 놓고 온갖 억측이 나왔다.
그동안 일본식 이름 때문에 여러 일본인이 비트코인 창시자 물망에 올랐다. 지난 2013년 모치즈키 신이치 교토대 수학과 교수라는 추측이 나왔다. 2014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 도리언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창시자로 지목돼 이 사람이 이를 강하게 부인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앞서 호주 경찰이 지난해 12월 세금 문제로 라이트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최초로 드러났다. 라이트는 이 사건과 관련해 “호주 국세청과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변호사들이 현재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성이나 돈, 숭배를 바라고 비트코인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단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는 100만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현금으로 전부 환산하면 약 4억5000만 달러(약 5125억원)에 이른다고 BBC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