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재도전 기업 정책을 정상화하라

입력 2016-05-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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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국가 구조조정의 최우선 순위는 재도전 기업가 정책의 정상화다. 국가의 성장과 고용은 고품질 창업에 달려 있고, 창업의 핵심은 재도전에 있다. 가장 소중한 미래 자산인 기업가 정신은 각종 창업 지원 제도보다 신용불량의 공포라는 심리적 장벽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왜 미국의 청년들은 창업을 미래 직업의 1순위로 꼽는데, 한국의 청년들은 공무원과 대기업으로만 몰려가고 있는가? 이는 청년들의 문제인가, 국가 제도의 문제인가?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가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 국가로 찬양한 대한민국의 창업 DNA는 분명히 존재한다. 청년 창업 선호도 저하는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 제도의 결과인 것이다.

미국 창업자들은 평균 2.8회 창업을 통해 성공하나, 한국에서는 재창업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우수 인재들과 그 부모들은 벤처 창업을 기피하고, 한국은 혁신을 통한 구조조정의 원동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2000년 1차 벤처 붐 당시 이룩했던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한 인과응보이기도 하다.

이러한 재도전 기업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00억 원 수준이던 재창업 지원 자금을 3배가 넘는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리고, 재창업 교육과 컨설팅 등을 확대하고 있다. 법률적 문제와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올해 안에 추가적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인 병의 뿌리를 뽑으려면 현상적 접근의 대증요법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서 접근하는 본원적 수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세계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선진국 클럽인 OECD 진입 과정에서 탄생된 기형적 산물인 ‘무한책임 주식회사’에서 기인하고 있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한 유한 책임의 주식회사 탄생은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적 진화 촉매였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역진화하게 되었는가를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72년 ‘8·3 부채동결 조치’로 대한민국 기업들의 채무는 동결되었다. 이는 분명 반(反)시장적 조치였으나 당시 전 세계적 불황으로 인한 기업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희생으로 살아난 기업들이 저지른 숱한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자업자득의 결과가 무한 책임 주식회사라는 전 근대적 한국형 주식회사 제도인 것이었다. 당시에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잘 산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금융권이 기업에 대출한 자금을 기업주가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업과 기업주를 미분리하는 연대보증 제도가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개념은 기업의 재고 부족분을 대표이사가 가져간 것으로 간주하는 대표이사 상여로 확대되었고, 급기야 ‘기업은 살아도 기업가는 망가지는’ 소위 ‘채무 부종성 부정’이라는 단계까지 확장된다.

불투명한 기업 운영의 산물이었던 무한 책임 주식회사 제도는 기업경영이 투명해진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화석으로 남아 대한민국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이제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식회사는 본원적으로 유한 책임 회사다. 기업보다 기업가가 소중해야 하는데,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 반대다.

기업가가 사라진 국가는 미래가 없다. 유럽연합 중소기업법의 제1 원칙은 기업가 정신의 보상이고, 제2 원칙은 정직한 기업가의 신속한 재도전 보장이다. 미국의 파산법은 재도전 기업과 신생 기업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 신생 기업의 성공률이 18%인데 재도전 기업의 성공률은 20%라는 것은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이제 국가 도약을 위한 재도전 기업 정책은 단순하다. 정직한 기업인에게는 원칙적 재도전을 허용하고 신생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5% 내외의 부도덕한 기업가 때문에 다수의 도전적 기업가 정신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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