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정치권이 서로 다른 셈법을 내비치고 있다. 최적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여야 모두 원내지도부 구축과 이후의 원구성 협상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원내지도부 인선을 마친 새누리당은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회의 입법절차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며 “빨리 돈이 구조조정에 투입될 수 있도록 집행하고 국회에 사후 보고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제시한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법 개정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어 국회에서 여야 공방으로 인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된 해당 펀드는 은행에 자본을 확충해 건전성을 높이고 실물경제 지원 여력을 키우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방안은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직접 출자하거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안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만큼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19대 국회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며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본격적인 시행 이전에 당정협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야권은 서로 다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조조정 이전에 정책 지연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부가 구조조정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이 어느정도이고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로드맵이 전혀 없다”며 “20대 국회에서의 대처방안은 동료의원 및 전문가와 토론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책임소재를 밝히자는 더민주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추경을 통한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비리가 있는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며 “재정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부실사태 책임이 있는 기관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추경 등 필요한 국회 일 처리에 신속,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