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결정됐다. 브라질에서 대통령 탄핵 추진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 대통령 이후 이번이 두 번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180일간 이어져 90일 가량 남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라질 증시에서 보베스파지수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호세프 대통령의 중도 하차를 반기는 분위기다.
브라질 상원은 12일(현지시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소 설치를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최대 180일간 정지, 미셰우 테메루 부통령이 이날부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관저에서 “국회에 의한 쿠데타다. 범죄는 절대로 범하지 않았다”고 의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재선을 결정한 2014년 10월 대선 전 사회보장 관련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혐의가 계기가 돼 의회가 탄핵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와 호세프 대통령이 후원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비자금 의혹 등으로 국민의 분노가 커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브라질 하원은 지난달 17일 탄핵안을 승인했다. 상원 본회의도 11일부터 심의해 이날 표결에서 상원의원 81명 중 과반수 이상인 55명이 탄핵심판에 찬성했다. 반대는 22명 뿐이었다. 탄핵 재판은 앞으로 상원에서 열린다. 상원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호세프는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며 8년간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없다.
탄핵 재판은 8월 5일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도 계속된다. 올림픽 개최국에서 대통령 없이 올림픽이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국 혼란은 이미 올림픽 개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장 시설은 거의 완성됐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지하철 연장 등 주변 인프라 정비가 지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화 봉송도 문제다.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3개 도시는 성화 봉송 비용이 과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성화 봉송 수용을 거부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테메루 부통령도 나을 건 없다는 평가다. 테메루 부통령은 호세프가 이끄는 여당인 노동당과 3월까지 연정을 수립한 최대 정당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그는 부처 예산 삭감과 세출 억제 등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지만 실력에 대해선 검증된 바가 없다. 그는 12일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연설에서 “평화를 회복하고 브라질을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나를 믿고 우리 국민의 가치, 경제 회복을 위한 우리의 능력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브라질증시에서 보베스파지수는 급등했다. 호세프 탄핵과 테메루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수는 올들어서만 20% 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