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70)가 미국 외교계 거물인 헨리 키신저(93) 전 국무장관을 만난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본선행을 사실상 확정 지으면서 외교정책 현실성 갖추기 위한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트럼프 후보 측근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오는 18일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키신저는 북베트남과의 평화협정을 끌어낸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70년대 냉전관계에 있던 미국과 중국을 이른바 ‘핑퐁(탁구)외교’로 양국관계 해빙무드를 조성한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공화당 내에서는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 키신저와의 만남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고 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키신저를 만나 조언을 구한 바 있다.
트럼프와 키신저와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트럼프가 공화당 원로들과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정립해 갈 것인지를 가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교 달인인 키신저의 영향을 받아 트럼프가 국제문제와 관련해 더욱 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그간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만을 앞세우는 탓에 외교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미국 안팎에서 받아왔다. 그는 지난달 워싱턴 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한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내 행정부의 최우선 테마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통합주의는 거짓 노래”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