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풀무원재단을 통해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펼치며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힘써 국내 식품회사 중 최고의 건강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바른 먹거리 캠페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식품안전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 사장의 경영 철학은 어떨까. 이 또한 다른 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만 65세가 되는 내년 말에 대표이사·총괄사장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며, 이후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남 사장의 아들이 미국 법인인 풀무원USA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는 없을 것으로 못박은 것이다. 기업인(경영인)의 아들이 기업인이 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남 사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은 현재 풀무원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딸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미한 수준이란 게 풀무원 측 설명이다.
남 사장은 은퇴 후 자신이 보유한 풀무원 주식 38만주(약 700억원)를 풀무원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풀무원 전체 주식 380만주(시가총액 7000억원)의 10%에 해당한다. 현재 남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풀무원 지분은 218만주(약 4000억원)로 전체 57.3%를 차지한다.
또 9년째 주주들과 상호 소통하는 토크쇼 형식의 ‘열린 주주총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남 사장이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20~30분만에 끝나는 관행적인 형태의 주주총회가 아닌 주주들과 일년에 한 번 진정한 소통을 하는 바람직한 주총 문화로 주목을 받아 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요즘 이런 ‘오너’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일련의 사태들은 그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 놓았다.
최근 풀무원 계열사 임직원들이 술자리에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직영점장을 때려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풀무원이 ‘바른 이미지’를 표방한다는 점, 남 사장이 소통·정직·신뢰를 기업문화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그의 경영 철학과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민들은 지점을 관리하는 팀장과 대리의 강압적인 태도가 직영점장의 생명을 빼앗았다며 본사의 ‘갑질’이라며 비난의 목소를 높이고 있다.
앞서 ‘갑질’을 다룬 영화 베테랑이 현실 속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바로 풀무원 이야기다. 지난해 풀무원의 충북지부 음성물류센터 운송업자 40여명은 회사가 노예계약을 강조하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었다. 이 운송사업자들은 자신의 차로 풀무원과 계약을 맺고 물류를 운송했다. 바로 영화 속 정웅인이 했던 일이다.
당시 지입차주들은 “파업은 풀무원의 갑질과 노조 탄압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며 “회사가 차량에 구호, 주장, 화물연대 스티커 등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노동자에게 징벌적 임금 삭감을 하겠다고 규정한 것은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했다.
풀무원은 법적 대응으로 맞섰고, 승소를 이끌어냈다. 법적 대응보다 앞서 소통으로 풀 수 있었던 문제였지만, 풀무원의 해결책은 법원으로 향하는 것이였다.
실적도 위기다. 문제는 매년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 사장이 자기 주머니 챙기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풀무원은 보통주 1주당 1020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금 총액은 37억9861만원으로 최대주주인 남승우 회장은 57.33%에 해당하는 22억2700만원을 챙겼다. 여기에 실적과 상관없이 남 회장의 연봉은 크게 치솟았다. 남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24억원으로 전년(18억원)대비 33.3%(6억원) 증가했다.
아쉬운 점은 이 모든 일에 대해 풀무원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아름다운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면, 소나기를 피해가는 식으로 일관하면 곤란하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아름다운 행보를 마지막날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바른 기업’은 소리만 외친다고 해서 될 수 없다. 진정한 ‘바른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진정으로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