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사 인포피아를 인수한 후 180억원을 횡령해 상장폐지를 초래한 전 대표이사가 검찰에 구속됐다. 유상증자 시 신주를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도 제기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13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인포피아 전 대표이사 A(43)씨는 회사 자금과 자사주 약 180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됐다. 지난해 인포피아 자기자본의 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이 회사 상근감사가 A씨를 횡령·배임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공개됐다. A씨가 자사주 86만주를 임의로 처분해 약 156억원을 부당 취득하고 회사자금 20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했다는 것이다. 업무와 무관한 사무실을 개설하는 데 4억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씨는 회사 채무를 허위로 부풀리고 이를 변제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분기보고서를 비교하면 지난해 3분기(7~9월) 유동부채는 144억6997만원이지만 올해 1분기에는 119억9047만원으로 약 30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단기차입금도 작년 3분기 66억2556만원으로 올해 1분기 4억2582만원에 비해 크게 부풀려져 있다.
또한 A씨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 B사에 인포피아 유상증자 신주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거래가 오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올해 초 진행된 유상증자에서 인포피아를 인수한 B사가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A씨가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당시 A씨와 인포피아 경영진은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1주일 전에 이사회에 통보해야 하는 회사 정관을 어기고 증자를 결의해 의문을 샀다. 증자 납입일은 A씨 등 경영진이 횡령·배임으로 자격정지 심리가 예정됐던 지난 2월 23일 하루 전날인 22일로 결정해 급하게 자금 조달을 완료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포피아 관계자는 "A씨가 구속된 것은 맞지만 채무를 허위로 부풀리거나 신주 배정 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단기차입금이 줄어든 것은 1분기에 채무를 상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인포피아 인수 당시에도 불법 무자본 M&A를 했다는 의혹을 샀다. A씨에게 인포피아를 넘긴 전 대표이사 배모씨가 계약금만 받고 주식을 실물로 건네는 등 수상한 거래내용이 공시된 것이다.
혈당측정기 제조업체로 한 때 ‘코스닥 히든챔피언(수출입은행 주관)’과 ‘월드클래스 300(중소기업청 주관)’에 선정되기도 했던 인포피아는 기업사냥꾼에 인수된 지 1년 만인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