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주최 IR행사에 몰린 현지 투자자들… “한국기업 2~3년 전 대비 큰 성장”
“우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10대를 대상으로 이들에 맞춘 영상 콘텐츠에 편의성을 강화하는 것을 초점으로 잡았다.” (오주현 매버릭 대표)
“10대 미국인이라는 특정 그룹 대상의 서비스를 내놓은 건 드문 사례인데, 어떤 관점으로 마케팅을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딘 시바라 SAP 부사장)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드레이퍼 대학 ‘히어로 시티(Hero City)’에선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과 현지 투자사들 간 긴박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젊은 스타트업들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IR에 전투적으로 임했다. 유창한 영어로 회사의 강점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현지 투자사들도 흥미롭다는 듯 종종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 스타트업들을 긴장케했다.
이날 국내 유망 스타트업 15개사는 중소기업청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벤처심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자신들을 ‘판매’했다. 모두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사업에 나서고 있는 곳들이다.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영상합성엔진 플랫폼을 개발한 매버릭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모바일 비디오에 고화질 영상 애니메이션, 효과 합성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10대 미국인’이란 특정 그룹으로 설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개했던 것이 호응을 얻었다.
오주현 매버릭 대표는 IR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에서 10대 그룹의 호응을 받아 최근 200만 유저를 확보했다”며 “실리콘밸리, LA에 진출해 미국 시장에서 모멘텀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이즈 블록킹(Noise Blocking)’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귀로 말하는 이어셋’을 만든 리플버즈도 투자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다. 이 스타트업은 이어셋 외부 마이크를 내부로 옮겨 소음이 마이크로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김승현 리플버즈 최고마케팅전문가(CMO)는 “해외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이미 95만 달러가 모일 정도로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고, 최근엔 유통업자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파트너와 함께 기존 제품 시장을 리플버즈로 바꾸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IR 진행과 함께 현장에 참석한 100여명의 현지 투자자들과 그룹별로 네트워킹 시간을 갖기도 했다. IR를 보고 궁금증이 생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따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현지 투자자들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올라갔고, 이중에서 일부 팀은 미국시장에서도 성공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이번 IR 이후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성공률도 기존 다른 행사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날 IR 행사에서 패널을 맡은 월블 스탠리치 앤드 라이스(WCSR)의 스티브 클린톤 변호사는 “기술도 수준이 높았고 발표 내용도 좋아 미국에서 향후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 중 3~4개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탑티어 캐피탈 파트너스(TTCP) 에릭 우 수석도 “한국기업의 수준이 2~3년과는 다르게 매우 발전했다.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창업 생태계가 가장 잘 발달된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건 의미가 크다. 특히, 총 239억 달러 규모의 미국 벤처캐피털(VC)의 40%가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걸 감안하면, 향후 국내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킹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지금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완벽한 투자 시장”이라면서 “이들 기업 뿐 아니라, 이 자리에 서지 못한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도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