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계열사 롯데케미칼 전직 임원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21일 롯데케미칼 전 재무파트 임원 김모 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사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롯데케미칼의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문서를 파기하거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업체가 법인세 등을 탈루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현직 임원이 아닌 김씨에 대해 증거인멸을 사유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신동빈·신격호 부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그동안 수차례 롯데 측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수사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퇴사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증거인멸이 있다"며 "(증거인멸 방식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해외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롯데물산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검찰 수사가 진전되자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해명을 발표했지만, 검찰은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