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결론나면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인식이 뿌리채 흔들리게 됐다. 영국이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탈퇴를 선택하면서 유럽 공동체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사실상 28개 EU 회원국 곳곳에 있는 EU 회의론자와 포퓰리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유럽 역내 엑소더스(탈출) 움직임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매체 CNBC는 23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의 최근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과 서유럽의 네덜란드의 엑시트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고브가 최근 유럽 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6개국의 응답자 대다수가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더 많은 국가들의 EU 이탈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향후 추가 EU 탈퇴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69%)이었고 덴마크(66%)와 노르웨이(57%)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 켄트대학의 파올로 다르다넬리 교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덴마크와 스웨덴은 관찰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들의 입지가 상당히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르다넬리 교수는 브렉시트 투표 이후 EU 회원국 사이에서 유로존과 비(非)유로존 두 부류로 나뉘어 유로존 국가가 비유로존 국가를 의사 결정 시 ‘왕따’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은 아니며 자국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도 유로존도 아니어서 엑시트에 대해 해당 사항은 없다. 이렇게 된다면 이들 국가에서 EU에 대한 회의론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니켈은 “이들 국가에서 이미 ‘우리는 경제 개혁이 불가능한 남유럽 국가를 위해 우리 돈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북유럽 선진국 사이에서 EU 탈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다면 영국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카르스텐 닉켈 테네오인텔리전스의 정치리크스 애널리스트는 덴마크와 스웨덴처럼 체계화된 정치기구를 갖추고 있고 경제도 상당히 탄탄한 선진국에서 엑시트 가능성이 거론된다면 다른 EU 회원국의 탈퇴 논의 때보다 더 강한 파급력을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닉켈 애널리스트는 스웨덴과 덴마크와 비슷한 이유로 서유럽인 네덜란드의 엑시트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해 총리에 오르면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내 ‘남북 경제 격차’에 대한 불만은 북유럽은 물론 남유럽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면서 가뜩이나 EU 회의론이 높은 남유럽 국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도 엑시트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은 오는 26일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10월 헌법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투표를 앞둔 상황에 브렉시트 이후 극우세력이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경우 그렉시트 위기는 넘겼지만 최근 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내건 긴축안이 국민의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프라스 총리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와 덴마크, 체코도 EU 탈퇴 움직임 본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투표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당장 다른 회원국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유럽 간의 경제 온도차를 진정시키고 EU가 체제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