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캠페인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임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국민투표 개표가 완료된 이후인 오전 집무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내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영국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시기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탈퇴 협상은 새 총리 아래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향후 3개월간 보수당에서 자신의 후임자를 정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고 나서 오는 10월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방침이다.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탈퇴 51.9%, EU 잔류가 48.1%로 브렉시트 가결로 결론이 났다. 이로써 영국은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탈퇴를 선택했다. 이날 투표 종료 직후만 해도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을 유럽 내에서 더욱 강하고, 안전하고, 잘사는 데 투표한 이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 선거구 중 하나인 선덜랜드 개표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선더랜드에서 EU 탈퇴 지지율은 61.3%, EU 잔류(38.7%)로 20%포인트 차이가 넘는 격차를 기록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찬반 지지율 격차는 6%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그간 캐머런 총리의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공약으로 캐머런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캐머런의‘위험한 도박’ 은 영국 사회를 완전히 갈라놓았고 유럽공동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영국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런던증시에서 FTSE100지수는 8.7% 급락세로 출발했으며 달러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0% 넘게 빠지면서 3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의 신용등급(AAA)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