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저당권 설정 비용은 은행과 고객 중 누가 부담해야 할까. 수천여명의 대출 고객이 은행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가모씨 등 2651명이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1심에서는 “금융기관이 고객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대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출과정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부대비용으로 등록세, 감정평가 수수료, 인지세 등이 발생한다. 보통 1억원을 대출하면 70만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 애초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계약 시 고객에게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채무자들이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 부대비용 내역마다 부담자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표준약관을 고쳤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공정위의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11년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고객들은 이후 은행들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2014년 나온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비용 부담자를 명시적으로 정하라는 표준약관이 정당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고객이 낸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