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출 작년 하반기보다 소폭 개선…유망품목ㆍ중기ㆍ온라인 수출 호조세
지난달 수출이 감소폭을 2%대까지 줄여 나감에 따라 하반기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상반기 수출 감소율도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반도체ㆍ철강 등 주력 품목 단가도 회복세다. 드디어 한국 수출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의 사슬을 끊고 반등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월 수출액은 45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2.7% 이후 최소 감소율이자 연중 최저치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241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0.0%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10.8%보다 개선된 수치다. 월별 수출 증감율은 지난 1월 -19.1%로 저점을 찍은 이후 2월 -13.0%, 3월 -8.1%, 4월 -11.2%, 5월 -6.0% 등으로 점차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산업부는 “상반기 수출은 세계경기ㆍ교역 둔화, 저유가ㆍ공급과잉에 따른 단가하락 등 부정적 대외여건으로 부진했다”면서도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수출감소율 개선, 유망소비재 등 신규 유망품목 부상, 온라인 수출 급증, 중소ㆍ중견기업 수출의 상대적 선전 등으로 수출 회복기반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상반기 화장품(39.0%), 의약품(8.8%), 농수산식품(4.1%), 생활유아용품(2.2%), 패션의류(15.4%) 등 5대 유망소비재는 전 품목에 걸쳐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수출도 역직구가 늘고 한류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 259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787억 원으로 84.5%나 급증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대기업 수출은 15.9%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은 5.1%, 중견기업은 8.9%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수출 저변이 확대됐다고 산업부는 평가했다. 중소ㆍ중견기업 수출 비중도 지난해 35.9%에서 올해 4월까지 37,9%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최근 수출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력 품목 단가 회복 영향이 컸다. 반도체 D램 DDR 4기가 제품의 경우 지난해 5월 1.47달러에서 지난달인 6월 1.52달러로 올랐다. 철강 열연강판도 지난 1월 t당 333달러에서 6월 431달러로 회복세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평균 단가도 1월 각각 978달러, 40.7달러에서 6월 1105달러, 53.4달러로 상승했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와 철강 단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액정표시장치(LCD)도 안정화 추세”라면서 “유가의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 제품 단가도 소폭 개선되거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반기의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중에는 수출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업부도 “하반기에는 세계경제와 교역의 소폭 개선, 주력 품목 수출 단가 안정화 등으로 상반기 대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평판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컴퓨터, 일반기계 등의 하반기 기상도가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판 DP의 경우 LCD 패널 가격 하락 폭이 둔화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 철강도 수출 단가가 더 회복되면서 철 구조물 수출이 확대되고 컴퓨터는 PC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나 국제유가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EU 경기회복세 둔화, 신흥국 경기 부진 등 수출 감소 요인이 있어 수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단기적으로 브렉시트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브렉시트로 세계경제 변동성이 커지면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브렉시트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제 등락을 거듭할지 모른다.
정 실장은 “6월 수출을 보더라도 특별히 브렉시트로 수출이 감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EU로의 수출이 -16.3%로 줄어든 것도 브렉시트가 아니라 선박 인도 등 일시적 요인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화 절화와 엔화 강세가 수출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브렉시트의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부진의 지속 여부, 이후의 불확실성의 확대 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어느 한 방향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브렉시트의 영향에 대비해 코트라 등 현지 채널을 가동해 수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또 피해기업에 무역금융을 신속히 지원하고 EU 지역에 대한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